홍콩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충격은 관광업에 이어 금융업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사스로 인해 국내 소비심리가 냉각되면서 기업도산이 잇따르고 신용불량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인용,"홍콩 증시에 상장된 12개 은행 중 7곳은 사스 여파로 올 순익이 최대 2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스 충격은 소매매출 부문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현재 홍콩의 사스 누적환자 수는 1천2백68명,사망자 수는 61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자연히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백화점 레스토랑 등이 영업을 대폭 축소,돈을 빌리려는 기업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 모토로라 등 외국계 주요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면서 은행들이 담보로 보유해온 부동산의 가격이 추락하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0%나 떨어진 홍콩의 부동산시장은 사스 공포로 최근 하락세가 더욱 빨라졌다. 여기에다 실업자 급증으로 신용불량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 은행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월 홍콩의 개인 파산자는 2천6백40명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이런 결과를 반영,다싱파이낸셜홀딩스 항셍은행 등 홍콩 은행들의 주가는 최근 한달새 11% 이상 급락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