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대표 신창재)이 추진해온 '가치경영'의 효과가 3년여 만에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00년 5월부터 경영 패러다임을 '볼륨(외형)'에서 '밸류(가치)' 위주로 바꾼 결과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것. 2000년 3월 1천4백55개였던 점포 수는 2003년 3월 현재 7백96개로 대폭 축소됐다. 같은 기간 생활설계사는 5만여명에서 2만7천명으로 줄어들었다. 연간 수입보험료도 10조5천5백68억원에서 8조5천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2위 자리도 대한생명에 내줬다. 그러나 이처럼 외형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과 달리 내실은 한층 튼튼히 다져졌다는게 교보생명의 설명이다. 13회차 유지율의 경우 2000년 3월 61.1%에 불과했지만 2003년 3월엔 79.5%로 18%포인트 가까이 개선됐다. 자산운용에 부담이 되는 일시납 저축성 초회보험료 비율도 같은 기간 전체 초회보험료의 79%에서 14%로 크게 줄었다. 만기에 계약자에게 이자를 더해 돌려줘야 하는 월납 저축성보험의 판매비율은 46.6%에서 5.8%로 내려간 반면 보장성 보험상품의 비율은 39%에서 64.2%로 높아졌다. 보유계약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자산건전성도 무수익여신(NPL) 비중을 0.3% 수준으로 낮추는 등 보유자산 클린화를 이뤘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익측면에서도 2000년 2천5백40억원 적자에서 2001년 1천2백88억원의 흑자로 돌아선 이후 2002년엔 5천5백억원의 배당전 이익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신창재 회장은 "부채가 많은 자산의 증가는 지급여력 비율만 떨어뜨리게 된다"며 "우리는 자산의 증대보다 내실 퀄리티(질)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분위기를 전환하고 영업체질을 바꾸는 중"이라며 "효율개선에 집중해 체질을 다진 뒤 점차 이익성장 수익성장으로 변화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