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공단 입주업체들이 제조업을 포기하고 임대사업에 나서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인력난 가중과 경기침체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7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이들 공단에서 올 1·4분기 중 임대사업으로 전환한 제조업체는 30개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늘어난 것이다. 이들 2개 공단의 임대사업체 수는 2000년 51개에서 지난해에는 1백1개로 늘었다. 이 기간 중 시화는 25개에서 44개로,반월은 36개에서 61개로 증가했다. 국가산업단지 내 임대사업은 1998년부터 비제조업체들에 한해 부지나 장비를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초기 신청업체 수는 10개 미만에 불과했다. 대부분 업체들이 제조업을 유지하며 공장부지 일부만 임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아예 사업을 정리하고 신규 사업자에 부지와 설비 인력 등을 임대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 업체들이 제조업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난 때문이다. 도금 열처리 주물 피혁 목재 등 전통제조업 분야의 경우 생산직 인력을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마저 겹쳐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공장부지 임대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최소한의 수익성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공단입주업체들의 생각이다. 지방에서는 수도권공단에 입주를 원하는 업체들이 많아 임대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사업소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업체들 중 70∼80% 이상이 기존 제조업에서 전업한 사례"라며 "인력난이나 매출부진에 시달리는 업체가 많아 임대사업체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