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8일 정상회담을 갖고 전후 이라크 재건에 유엔이 '중추적인 역할(vital role)'을 맡도록 한다는 데 합의하고 이라크의 전후 복구를 위해 국제사회가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두 정상은 또 전후 가능한 한 빨리 이라크 국민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과도 정부 출범 과정 초기부터 이라크 국민을 적극 참여시키기로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교외 힐스버러성(城)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새 이라크는 미국이나 영국 또는 유엔이 통치하지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라크 재건에 있어 유엔은 인도적인 활동을 제외한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기존 미 정부의 방침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블레어 총리도 "이라크 재건에 유엔이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데 합의했다"면서 국제사회에 대해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와 관련한 '끝없는 외교적 분쟁'을 중단할것을 촉구했다. 두 정상은 그러나 유엔의 역할이나 임시정부 수립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또 전후 과도 정부는 연합군과 유엔에 협력하는 이라크 민간 인사들로 구성될 것이라며 "연합군의 진격과 함께 과도정부를 이끌 민간 지도자들도 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미군 정보팀이 DNA 검사 등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동원 중이라며 후세인의 생사여부와 상관없이 이라크 정권의 운명이 다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합군은 7일밤 후세인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바그다드 주택가의 한 레스토랑에 4개의 벙커버스터를 투하해 건물 3채를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블레어 총리도 "연합군의 공격으로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고 있으며 그의 권력도끝나가고 있다"고 말해 승리가 눈앞에 와 있음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울러 아일랜드공화군(IRA) 등 북아일랜드의 준군사조직에 대해무장을 해제하고 무력 투쟁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미.영 정상과 버티 어헌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유혈 갈등을 빚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준군사조직들에 무력 활동을 중단하고 지난 98년 체결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3국 정상들의 공동 선언은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5주년인 10일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이 열린 벨파스트 시내 시청 주변에서는 100여명의 반전 시위대가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면서 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느냐"며 미국과 영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힐스버러 AP.AF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