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이 전세계적으로 번지면서 수출 국제회의 여행 등 국내경제 전반에 걸쳐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 장기화 등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무역업계는 사스 충격까지 겹쳐 외국바이어 방한이 취소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전자업체인 A사는 미국 수출을 위해 최근 중국 광저우에 부품공장을 세웠으나 공장시설 점검 후 납품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미 바이어가 사스 때문에 방문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스위스의 대형 유통업체인 '쿱(COOP)'사는 지난 7일부터 사흘간 국내에서 우리기업들과 구매상담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사스를 이유로 돌연 방문을 취소했다. 삼성전자 이윤우 반도체 총괄사장은 다음주 일본을 방문한 뒤 중국으로 건너가 거래선인 IIPC 초청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행사취소로 일정자체가 무산됐다. 황창규 메모리 사업부 사장도 이달말 동남아 및 중국 거래처와 현지 법인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변경, 22∼26일 일본만 돌아보기로 했다. ○…사스 여파로 해외여행 취소 사태가 벌어지면서 위약금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8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3월 중순부터 지난 7일까지 해외여행 취소 위약금 등에 대한 상담이 2백30여건 접수됐다. 현행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은 여행객이 해외 여행을 취소하면 여행일로부터 며칠전까지 취소하느냐에 따라 여행경비의 5∼50%를 위약금으로 여행사에 배상하게 돼 있다. 그러나 천재지변, 전란 등으로 여행을 취소할 경우 등에는 귀책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소보원에 사스가 '천재지변'인지 여부를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소보원은 여행 표준 약관이나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에 사스로 인한 보상 규정이 없어 확답을 하기 어렵다며 당사자간 협의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사들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호주 일본 등 감염 우려 지역이 아닌 곳이면 위약금을 받는 등 해외 여행 취소 위약금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방경제도 사스 여파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간 인천∼중국 국제여객선 8개 항로에서 오고 간 승객수가 2만8천6백88명으로 지난 1월(3만1천3백98명)에 비해 8.6% 감소하는등 주춤하고 있다. 한.중 여객선의 주 승객층인 보따리상들이 설과 중국 명절인 춘절을 보낸뒤 3월부터 본격적으로 왕래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이례적인 것이다. 오는 25일 개막되는 제 4회 전주국제영화제 주최측인 전주시도 사스 충격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 전주시는 중국 홍콩 대만 태국 등에서 유명 영화감독과 배우들을 대거 참가시킬 예정이었으나 사스 확산으로 이들 대부분이 해외 이동을 꺼려 아직까지 아무도 섭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균.임상택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