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한 정부와 중소기업 사이의 갈등을 보면서 외국인력에 대한 정책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해 왔으며,이러한 제도가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됐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을 저임금 단순노동직으로 간주했고,그 결과 한국 경제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외국인 두뇌의 공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에 있어서 외국인 지식근로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것은 우리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동북아 중심국가를 지향한다는 것은 동북아시아 물류·금융·관광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며,이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의미한다. 그런데 서비스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사람이다. 선진국형의 서비스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외국문화를 이해하고,외국어에 능통한 고급 인력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력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내국인을 교육할 수도 있지만,필요한 조건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보완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제물류 중개무역 금융도시에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해 왔다. 이는 대상무역 시대의 오아시스 도시 둔황에서부터 오늘날의 런던에 이르기까지 같다.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 런던의 경우 인구의 25%가 외국인이다. 영국 전역을 보더라도 외국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9%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이 발달한 미국도 백인이 아닌 소수민족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은 무려 23%나 된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요 도시마다 외국인수가 증가하고 있는데,이는 국가간 인구 이동이 활발하고 도시들이 국제화돼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처럼 세계는 빠른 속도로 국제화되어 가고 있는데 아직도 한국은 '우리들끼리'의 사회를 형성하여 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거주자 수는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매우 적은 숫자다. 그리고 우리는 단일 민족과 언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이것이 서비스산업의 발달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비스산업이 발달한 스위스 싱가포르 벨기에는 두개 이상의 공용어를 가지고 있으며,이에 걸맞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 정책의 양적인 면과 더불어 질적인 면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현재 대다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에 종사하지 못하고 단순 노동직에 편중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 중 78%가 불법 체류자로서 법적 보호권 밖에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종종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가혹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나라로 외국에 비쳐지곤 한다. 물론 외국인 지식근로자수가 적은 이유는 원천적으로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지만,정부의 정책 여하에 따라 지금보다는 그 수를 훨씬 늘릴 수도 있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에 취업 비자를 얻지 못해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도 일류대학에서 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한 우수 두뇌들이다. 이처럼 우수한 인력을 되돌려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이민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이민 정책에 대하여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내국인에게 줄 직장을 외국인에게 뺏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을 동북아 중심국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산업연수생과 같은 단기계약직 근로자만 유입할 게 아니라,한국에서 정착하여 살 수 있는 장기 우수 인력들을 많이 유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1% 미만의 외국인 숫자를 5%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한국의 도시들도 국제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 코스모폴리탄 문화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북아 중심국가는 하드웨어인프라와 비즈니스인프라뿐만 아니라 휴먼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자.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