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 괴질까지 겹치면서 세계 민항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번 어려움이 9.11 테러 여파보다 더 크다고 주장하면서 자구책으로 추가 감원과 운항 감축에 나섰으며 일부는 파산 보호까지 신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럽연합(EU) 및 캐나다 당국은 항공업계를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국영항공 KLM은 1일 전체 직원의 9%에 달하는 최고 3천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원의 상당 부분은 내년 3월말 이전까지 단행될 것으로 설명됐다. KLM은 이와 함께 오는 13일부터 미국과 중동 노선을 20%, 유럽 노선은 5% 각각 감축한다고 밝혔다. 또 괴질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아시아 노선도 줄인다고 덧붙였다. KLM 경영진은 "이라크 전쟁에 괴질까지 겹치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경영난이 더 심화됐다"면서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허리띠 졸라매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LM은 9.11 테러 후유증으로 경영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간 감원을 적극 자제해왔다.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의 아메리칸항공도 1일 전체의 20%인 2천500명의 조종사를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내년까지 감원이 실행될 것이라면서 회사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지 않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아메리칸 경영진과 조종사 노조는 전날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노조가 6억6천만달러의 경비 절감을 감수하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합의 내용은 14일 안에 1만2천여 조종사들의 전체 투표에 승인 여부가 회부된다. 아메리칸은 파산 보호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 18억달러의 경비를 절감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보고 노사간에 협의를 진행해왔다. 회사는 지난 2년간 근 53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부채도 270억달러 규모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의 필립 바갈리 연구원은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아메리칸이 이 정도의 경비 절감으로는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고 어둡게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미 상원의 공화당 중진들은 지난주 회동해 미 항공업계에 28억달러를 신규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소식통들은 백악관이 의회에 추가 예산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당국은 9.11 테러 후자국 항공업계에 이미 100억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캐나다 국영항공 에어 캐나다도 1일 노조의 양보와 정부의 지원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식의 파산 보호와 유사한 제도다. 에어 캐나다는 이와 함께 괴질이 극심한 홍콩 노선을 줄이는 한편 상하이와 베이징 취항편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3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에어 캐나다는 산하 2대 노조와 전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감원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에어 캐나다에 5억캐나다달러(미화 약 3억4천100만달러)의 긴급 지원을 조건부로 제공할 움직임이라고 터론토 스타 신문이 1일 보도했다. 세계관광기구(WTO)의 프란세스코 프란질리아 사무총장은 1일 파리에서 "이라크전쟁과 괴질의 이중고로 항공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전쟁이 길어질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항공사연합(AEA)도 전날 성명을 통해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역내 항공 승객이 평균 12.3% 줄었다면서 중동행의 경우 감소폭이 42.2%에 달한다고 밝혔다. AEA는 2개월간 계속된 지난번 걸프전의 경우 전쟁 첫달에 승객 감소율이 12%, 다음달에는 17%였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로 인한 유럽 항공사들의 피해가 모두 20억달러 가량이었다고 집계했다. AEA는 "이번에는 괴질까지 겹쳐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AEA의 울리히 슐테-스트라트하우스 사무총장은 "미 당국이 자국 항공업계에 28억달러를 추가 지원할 움직임"이라면서 "유럽 당국도 역내 항공사에 대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리.터론토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