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입니다. 지난해는 영업소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판매가 늘었는데 올해 들어선 내방고객과 구매상담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 자동차 영업소 직원의 푸념이다. 고유가 지속과 경기 불투명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자동차 내수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업체는 무이자 할부판매라는 고육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가전제품 휴대폰 등 주요 내수 품목의 판매도 비슷한 상황이다. ◆ 자동차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르노삼성 등 자동차 5개사의 지난 3월 내수판매 규모는 13만9백2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9%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보다 10.3%나 적은 6만2천9백47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기아차는 지난달에 3만1천25대를 팔았다. 작년 3월에 비해 11.9% 감소한 규모다. 쌍용차 역시 5.30% 줄어든 1만2천4백68대를 판매했다. 다만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는 각각 1만3천9백2대, 1만5백6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0%, 23.98%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GM대우의 경우 작년 영업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업체들이 판매부진의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내수판매가 부진하다 보니 재고도 쌓여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연초 1만8천대에 불과했던 재고가 최근 3만4천9백대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는 내수판매 촉진을 위해 무이자 할부판매라는 '극약처방'을 다시 내놓고 있다. GM대우는 전차종을 대상으로 지난 3월까지 적용키로 했던 1년 무이자 할부판매를 한달 더 늘렸다. 쌍용차는 이달 출고되는 체어맨에 대해 1년 무이자 할부판매에 돌입했다. ◆ 가전제품 =가전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 3월 판매는 혼수용품 수요 등으로 1,2월에 비해 약간 늘었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최고 20% 가량 매출이 줄었다. 카드사 부실이 심화되면서 업계 관행처럼 여겨졌던 무이자 장기 할인 판매 행사도 자취를 감춰 판매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 1.4분기중 내수 가전시장 규모가 1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1조4천5백억원에 비해 10.3%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에어컨 판매부진이 두드러져 1∼3월중 예약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의 50%선에 그치는 실정이다. 또 지난 99년 이후 급신장세를 보여온 김치냉장고 시장도 포화상태를 보이며 판매가 주춤해지고 있다. ◆ 휴대폰=올해 들어 3개월 연속 판매량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불황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월 평균 1백25만대를 웃돌았지만 올 1월 1백20만대에 그쳤고 2월에는 1백2만대까지 줄었다. 특히 지난달엔 95만대 수준으로 급감,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월 판매량이 1백만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어 경기가 조만간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점도 휴대폰 내수판매 회복이 상당기간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홍열.강동균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