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아파트 분양현장에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등 이라크전 개전 이후에도 부동산시장은 식지 않는 열기를 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조차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마디로 시장 상황이 헷갈린다"고 실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감각 만큼은 동물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고액 자산가들의 전쟁 중 움직임은 어떨까. "최소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대거 내다파는 등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일선 PB들의 진단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개전 이후에 상가 빌딩 토지 등 덩치 큰 부동산의 매입의사를 밝히는 고객의 숫자가 오히려 더 늘어나기도 했다. 시중 A은행 K팀장은 "개전 이후에만 4명의 고객들이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매수문의를 해오는 고객의 숫자도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K팀장은 "강남에 거주하는 한 40대 고객이 평당 3천5백만원 정도 하는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인근 소재 80평 규모의 나대지를 4천만원에 사겠다고 해 극구 말렸다"며 "그랬더니 논현동의 다른 땅을 보고 와서 수익성 분석을 해달라고 하더라"며 식지 않는 투자의욕에 놀라워 했다. 하지만 이런 사례만으로 고액 자산가들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철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수익이 나는 물건에 투자하는 것일뿐 커다란 흐름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미은행의 최유식 재테크팀장은 "시중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뚜렷한 조짐은 아직 없다"며 "우리 고객들은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골드클럽 임동하 부장도 "'지금이 저점'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큰손들이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아니다"며 "부동산시장이 다시 달아오를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