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라크 공격과 함께 아랍 세계의 반전시위가 23일 나흘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역내 지도자들이 이라크 국민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날 이집트와 요르단에서는 수천명의 대학생들이 집회에 참석해 대이라크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위치한 아인참스대학 학생 4천여명과 북부 카프르 엘 셰이크대학 2천여명, 북동부 만수라대학 학생 수천명은 이날 각각 캠퍼스에서 반전 집회를 가졌다. 요르단에서는 4천여명의 알-후세인 대학생들이 지난 21일 경찰과 친이라크 시위대들간에 격렬한 충돌이 발생한 남부 마안에서 시위를 갖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이라크에 대해 "우리는 너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며 이라크에 대한 유대를 표명했다. 이들은 "요르단에서 미군 병력을 몰아내라" "미국 대사를 추방하라" "B-52 폭격기에 대해 요르단 영공을 폐쇄하라" 등을 외치며 미국과 영국에 대해서도 노골적인반감을 드러냈다. 미 해군 제5함대의 모항(母港)인 바레인에서는 미국 대사관 주변에 시위대들이집결해 경찰과 대치 끝에 경찰의 진압에 30분만에 해산했다. 시위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자동차 타이어를 태우거나 시위 진압 경찰에 돌을 던졌다. 한편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에서는 정당 연합체인 "무타히다 마즐리스-에-아말'(MMA.연합행동전선)이 주최한 반전 시위에 20여만명이 모인 가운데 "미국의 테러리즘에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후세인 대통령의 초상화를 든채 오토바이를 타고 시위에 참가한 일부 청년들은"부시를 죽여라" "석유 위한 전쟁 반대"를 외치기도 했으며 일부 학생들은 장난감총을 들고 있기도 했다. 이처럼 아랍권의 반전 시위가 격화되고 반정부 시위의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일부지도자들은 이라크 국민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이번 전쟁이 장기전으로 변모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시위가 격화되자 "우리는 시위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은 우리가 전력을 다해 전쟁을 피하려 한 것을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 중대한 시기에 진심으로 이라크국민 뒤에 있다"며 "이집트는 이라크 국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격지 않도록보호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형제 이라크 국민의 시련에 대한 고통과 고뇌"를 함께 느낀다고 말했다. 시리아 집권당 연합체인 국민진보전선(NPF)는 미국과 영국에 "야만적인 침공"을끝내라고 촉구했다. (카이로 라호르 AFP=연합뉴스)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