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각기 추진중인 정치개혁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대선 이후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를 기치로 정당 혁신과 함께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약속했으나 3개월이 경과한 19일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구당 폐지와 상향식 공천 등 정치개혁의 핵심이 당내 논의과정에서 왜곡되거나 후퇴하는 양상마저 나타나 유권자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핵심과제로 꼽은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지구당위원장 기득권 포기 등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경우 한나라당이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데다 민주당 내부에도 반대여론이 적지 않아 여권 내부에서조차 기대하지 않고 있다. 지구당폐지도 사정은 같다. 민주당은 개혁특위에서 지구당위원장제 폐지안을 마련했으나 대다수의 지구당위원장이 이에 강력히 반대,사실상 이를 유보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18일 열린 당무회의에서도 지구당위원장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한나라당도 당초 개혁특위에선 지구당을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위원장들의 반발을 고려,개혁안에서 제외했다. 여야 모두가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도입했던 상항식 공천도 공염불에 그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해 8·8 재·보선때 중앙당에서 공천한데 이어 오는 4월의 재·보선에서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상향식 공천을 포기했다. 게다가 여권은 신·구주류간 내부 갈등으로,야당은 당권 경쟁으로 당 차원의 정치개혁 논의가 헛돌고 있어 정치개혁안 통과 시한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1월20일 회의가 열린 뒤 두달 가까이 낮잠을 자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양당의 당내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는 5월이나 돼야 본격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창·김동욱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