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의 MIT' 인도공과대학(IIT) ] 인도 뉴델리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20분쯤 달리다 보면 적황색 건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나즈막한 언덕을 배경으로 30여만평의 대지에 들어선 이 캠퍼스는 바로 '동양의 MIT'로 불리는 IIT(인도공과대학)델리. 인도 초대 총리 네루가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기 위해 미국의 MIT를 본떠 설립한 대학이다. IIT는 인도 전역에 7개의 캠퍼스를 두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첨단기술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콜카타 부근의 IIT 카락푸르가 1950년에 개교를 했고 칸푸르 델리 뭄바이 첸나이 구와하티에 이어 최근 로르키가 그 뒤를 이었다. IIT 델리는 3번째에 해당한다. 이 대학의 명성은 세계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IIT 졸업생들을 '인도의 가장 뛰어난 수출품'으로 평가했다. 아마존닷컴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는 IIT를 '세계의 보물'로 치켜 세우기도 했다. IIT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든 배경으로는 과학엘리트 교육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천재 교수가 천재 학생을 가르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학생 선발 과정부터가 일반 대학과 다르다. IIT 학생 선발을 위해 JEE(Joint Entrance Exam)로 불리는 시험이 따로 마련돼 있다. 예비시험과 본시험으로 이뤄진 JEE의 시험과목은 수학 물리 화학 단 세과목.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객관식 예비시험에서 걸러진 학생은 과목당 2시간씩 6시간에 걸쳐 치러지는 논술형 본시험을 통과해야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본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성적순에 따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7개 캠퍼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인도에서 가장 우수한 17만5천명의 학생이 응시해 2만5천명 정도가 예비시험을 통과하며 본시험에 최종 합격하는 학생은 2천5백명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 학교 출신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창업자 비노드 코슬라는 "IIT는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학교"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생 중에서도 졸업하는 학생은 2천명뿐이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치르는 시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걸러지기 때문이다. 원리와 과정을 깊이 있게 강의할 수 있는 교수진도 IIT의 강점이다. 교수 한명이 학생 8명을 맡고 있다. 모델로 삼은 미국 MIT의 교수 대 학생비 1대11보다 앞선다. 추상적인 학문 연구 대신 산학협동 연구에 집중 투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IIT는 미국 IBM과 손잡고 인도에서는 처음으로 캠퍼스 안에 IBM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뿐만 아니다. 캠퍼스 안에는 인텔기술연구소, 시스코 첨단네트워크연구소, 마이크로소프트 첨단기술연구소, 필립스의 VLSI디자인연구소 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는 집적회로 연구를 위해 2백50만달러 상당의 연구소를 설립, 기부했다. 변화하는 기업의 요구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체 임원들을 교육프로그램 개편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빠르게 발전하는 통신분야의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캠퍼스 안에 바르티 통신기술경영 스쿨을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통신소프트웨어 무선통신 등 기술전문가와 통신사업에 초점을 맞춘 MBA(경영학석사)가 육성된다. 학생들이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업체나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을 명예 초빙교수로 선임하며 방학을 이용,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실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선임된 명예 초빙교수는 DCM그룹의 슈리비나이 바라트 램 회장 등 5명이다. 교수들의 기업 대상 기술자문도 활발하다. 대학의 프로젝트 자문 수입은 지난 95년 1천6백만루피(한화 4억1천6백만원)에서 2001년 6천8백80만루피로 6년 사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중 연구 프로젝트 수주액도 5천만루피에서 1억4백50만루피로 2배 정도로 늘어났다. IIT는 기술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FITT(혁신&기술이전 재단)라는 기구도 설립했다. FITT는 등록된 산업체에 학교가 갖고 있는 각종 기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델리(인도)=송대섭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포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