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igital Appliance) 부문은 성장률 5% 미만의 성숙산업인 가전부문에서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고도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혁신의 메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사업부의 창원공장은 1990년 약 1만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6천명으로 40%나 줄었지만 생산성과 매출 및 이익률이 모두 네배씩 늘었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공의 배경에는 TDR라는 이 회사 고유의 혁신활동이 자리잡고 있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창원공장의 노조는 전투적인 노조로 유명했다. 1989년에는 무려 72일간의 장기파업으로 공장이 쑥대밭이 됐다. 이 고비를 넘기며 현장 합리화에 착수해 안정을 되찾았으나 1995년 가격파괴 바람이 불면서 전제품의 가격이 약 20% 정도 떨어졌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년내에 생산성을 세배 올리고 이익까지 세배로 늘린다'는 '스리 바이 스리(3)'라는 매우 도전적인 혁신활동에 착수했다. 당시 김쌍수 사장은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30% 이상의 야심찬 목표는 기존의 방법이나 사고를 통해서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에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종전과는 다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결과 인원을 줄이면서도 매출액은 계속 늘릴 수 있었다. 1998년부터는 6시그마를 도입하면서 TDR(Tear Down & Redesign)이라는 교차기능(cross-functional) 혁신팀을 운영했다. 이 팀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8개월까지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되며 인원도 3~4명에서부터 10명이 넘는 크기까지 있다. 혁신기업이 되려면 일상적 업무를 하는 사람과 혁신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이 일정한 비율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상시적 혁신활동이다. 초기에는 전체 인원중 약 10%의 인원이 참여했지만 성공적인 혁신활동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확보된 여유인력을 다시 혁신활동에 투입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형성함으로써 지금은 전체 사무직 인력의 4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관리중심의 기업을 혁신중심의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TDR야말로 이 공장 경쟁력의 진정한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