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고 경제부처 장관 임명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대관(對官)업무' 방향설정에 부심하고 있다. 새 정부가 과거와 같은 기업의 로비행태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데다 청와대 및 정부 주무부처의 실세와 연결할 끈이 마땅치 않아 대기업들은 관련 조직의 개편여부나 운용방향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일단 계열사에 포진한 관료 출신을 활용, 정부와의 채널을 마련하는한편 새 정부에 입각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정통부 장관을 지낸 남궁석 민주당의원 등 `삼성맨'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인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정부정책에 특히 민감한 SK텔레콤은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대외업무를 담당하던CR(Corporate Relations)부문을 사장 직속 CRC(Corporate Relations Center)로 승격시키고 정통부 공보관 출신 서영길씨를 CRC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다. SK텔레콤은 특히 신용카드, 위성방송 등 추진중인 신규사업이 특정부처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부처와 업계, 시민단체 등과의 조율을 필요로 하는 것이서 대외창구확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원유관세 인하를 최대의 과제로 삼은 SK㈜는 옛 동력자원부 석유수급과장 출신인 정만원 SK텔레콤 인터넷사업부문장을 영입, 에너지&마케팅 사업부문장 전무로 발령해 대관업무 총책임을 맡겼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래 전부터 관계 요처에 선을 대온 만큼 관련업무의틀과 인력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판단, 새 정부 출범과 무관하게 기존의 대관업무조직을 그대로 꾸려간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새 정부 출범 이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종전과 마찬가지로 구조본 또는 계열사 기획실 등에 대관업무를 관장하는 팀을 만들지는 않고 필요시 관련 부서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동향을 파악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대관업무가 나쁜의미의 `로비-특혜'로 비쳐지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향후 경제단체 또는 사업자단체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식창구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어떤 끈을 잡아야 하느냐를 모색하기에 앞서대관업무 자체를 어떻게 전개해야 하느냐 고민중"이라며 "시대가 바뀐 만큼 경제단체나 사업자단체라는 창구를 활용하는 방향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업체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문제는 결국 개별기업이 움직일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도 현장의 실상을 전달하는 기업 대관업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conoman@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