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새로운 이라크 결의안이 제출된 가운데 즉각적인 이라크전에 찬성하는 진영과 이에 반대하는 진영간의 갈등이 해결조짐을 보이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주장해온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는 기존의 유엔결의를 통해 이라크를 무장해제시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미국은 캐나가 제안한 타협안을 거부하고 새 결의안 통과를 위해 안보리 이사국들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계속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하원은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안을 가결했고 이라크는 병력을 수도 바그다드에 집중시키고, 첫 대규모 전시 방어훈련을 실시하는 등 전쟁결의를 다졌다. ◇러-獨, 전쟁결의안 수용 불가 = 러시아와 독일은 26일 정상회담을 갖고 즉각적인 이라크전을 가져올 유엔결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가진 긴급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군사력의 사용이 예견되는 (유엔) 결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하며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준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441호가 아직 유효하다고 믿는다"면서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가하는 압력은 이라크가 유엔의 무장해제 사찰에 협력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미국과 이라크간 대결상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뢰더 총리도 회담후 독일과 러시아는 "이라크가 무장해제해야 하고 이것이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공동으로 제출한 새로운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크렘린 고위소식통을 인용, 이날 보도했다. 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를 방문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유엔 결의 1441호의 틀 밖으로 나갈 정당한 이유가 없으며 따라서 새로운 유엔 결의에 반대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스페인은 앞서 미국.영국과 함께 새 이라크 결의안을 제출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도 새로운 이라크 결의안이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가결에 필요한 9개국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면서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가정을 상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 캐나다 중재안 거부 = 미국은 이라크가 유엔의 무장해제 요구를 수용하도록 3월말까지 시한을 새로 정하자는 캐나다의 타협안을 거부하고 무력사용에 대한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무부 대변인은 26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빌 그레이엄 캐나다 외무장관간 전화통화가 이뤄진 후 (캐나다의) 제안은 "우리 모두가 선택해야할 결정을 지연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장 크레티엥 캐나다총리와 페테르 메드제시 헝가리 총리와 잇따라 전화접촉을 갖고 이라크 문제를 논의했다고 애리 플라이셔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제출한 새 결의안은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취해야할 행동이라고 촉구해온 것으로 그는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캐나다가 제시한 타협안에 대해 크레티엥 캐나다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으나 "새로운 결의안이나 어떠한 종류의 타협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타협안을 거부했다고 총리대변인이 밝혔다. ◇안보리 이사국 지지 확보전 치열 = 유엔 안보리에 새 이라크 결의안이 제출된후 미국.영국 등 조속한 군사행동에 찬성하는 국가들과 이에 반대하는 프랑스.독일등은 안보리 이사국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어떤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았던 안보리 이사국들 가운데 멕시코가 처음으로 미국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지는 등 미국의 압박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반면 이라크전 찬성 진영을 간주돼온 불가리아의 시메온 삭스-코부르그 총리는 이날 새 결의안에 대한 지지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결의안에 대한 지지요청을 받았는지에 대해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것(결의안)을 검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이슬람권 국가인 파키스탄과 시리아는 새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앙골라와 키니, 카메룬, 멕시코, 칠레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들 국가들을 집중 공략해왔다. ◇英하원, 이라크 무장해제 동의안 가결 = 영국 하원은 26일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제출한 이라크 무장해제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34표, 반대 124표로 가결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와 전쟁 여부를 표결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대신에 이라크 위기를 유엔을 통해 해결하되 그것이 "이라크가 무장해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 무장해제 동의안에 대해 표결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원은 또 대(對)이라크 군사공격의 필요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유엔 사찰단에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수정안에 대해서는찬성 393표, 반대 199표로 부결시켰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무장해제 동의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끌고 있는 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반기를 듦으로써 상당한 당내 압박에 직면할 관측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 대비 긴박감 고조 = 이라크는 26일 처음으로 대규모 전시훈련을 실시하고 수도 바그다드에 군사력을 집중시키는 등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바그다드 주요 시설물에는 중무장한 경찰병력이 배치됐고 이라크 당국은 주민들에게 대비해 개인 참호를 팔 것을 명령했다. 아울러 이라크군은 무기와 병력을 공습에서 보호하기 위해 이슬람사원과 민간시설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탄약을 민간용 소규모 참호로 옮겼다고 미 국방부 소식통들이 전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면 정원에 참호를 파고 저항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INA 통신이 전했다. (모스크바.워싱턴.바그다드 AFP.AP= 연합뉴스)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