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는 대(對)이라크 전쟁과 전후 복구, 그리고 대 테러 전쟁을 위해 최고 950억 달러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터키 등 인근 우방들이 전쟁으로 입게 될 피해에 대한 미 국무부의 보상비용을 포함하고 있는 이같은 추경안 규모는 최종적인 전비(戰費)가 지난해 로런스린지 당시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이 제시했던 것처럼 1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린지 전 보좌관은 전비가 1천억∼2천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발언한 뒤 행정부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으며, 이것이 그의 사임에도 일조했었다. 또 950억 달러의 추경안은 부시 행정부가 전쟁후 이라크의 질서 회복과 재건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보다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프간 정부는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지원이 약속과는 달리 불충분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8천명의 미군이 파견돼 있는 아프간내 군사작전과 인도적 지원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70억달러를 배정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 예산기획관리들은 군사작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미국의 우방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내놓을지, 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내 시설들에 어떤 피해를 입힐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경안의 규모가 결국 600억달러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예산국은 950억달러까지는 필요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미첼 대니얼스 백악관 예산국장은 25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이같은 규모의 추경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리들은 특히 '심각한 자금 부족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부활절 휴가 시작되는 오는 4월10일 이전에 최소한 일부의 추경예산만이라도 승인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올해 3천억달러 이상의 적자 예산을 편성해 놓은 상황이며 그 여파로 주택, 직업훈련, 보건 등 각종 복지예산이 삭감됐다. 한편 추경안 제출 방식과 관련해서도 백악관 예산국은 예산 관리 차원에서 추경예산을 여러 세부 항목으로 쪼개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 국방부 관리들은 단일안을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관리들은 단일안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아프간 복구 과정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비용지원 중단 상황을 피할 수 있으며, 이라크 국민들에게 전쟁후에는 곧바로 인도적 지원이 시작될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 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