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2월 SK증권을 비롯한 몇몇 국내 기업은 JP모건이 만든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했다. TRS(Total Return Swap)라는 이름의 이 계약은 JP모건이 5천3백만달러를 거의 무이자로 빌려주되 만기 원리금 상환 규모는 태국 바트화 환율과 연계해 산정토록 설계됐다. 태국 바트화 환율이 안정적이면 SK증권 등 국내 기업들은 무이자로 자금을 쓸 수 있지만 환율이 급등하면 막대한 금액을 물어내는 고위험 상품이었다. 당시 SK증권은 바트화 환율이 달러와 엔화 환율에 일정 비율씩 연동돼 환율 급등락 위험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 지나 TRS 거래 만기 때 태국 바트화 환율은 폭등을 거듭했다. 국내 기업들이 물어줘야 하는 만기 원리금은 당초 대출금의 4배에 가까운 1억9천만달러에 육박했다. SK증권의 중개로 유사상품에 가입한 다른 기업들의 사례까지 감안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이 물어줘야 하는 돈은 무려 5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사기에 의한 계약 체결'이라고 주장하며 상환을 거절했다. 이후 양측은 미국과 한국 법원에서 2년여에 걸쳐 국제소송을 벌였으며 지난 99년 국내 기업들이 5억달러 대부분을 물어주는 선에서 타협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면계약은 당시 피해자와 중재자의 역할을 동시에 한 SK증권이 JP모건과 비밀리에 체결한 약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