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회사 등 한국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가고 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진개념의 상품을 내세워 한국의 금융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무엇보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한국의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조짐을 보이자 마케팅을 다각적으로 강화해 시장 곳곳에서 침투율을 높였다. 은행 보험 증권 투신 등 금융 각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대금업 영역에서도 외국자본의 파워가 막강해졌다. 이에 따라 새롭게 한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금융회사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보험산업이나 자본시장 분야에서 외국계의 공세가 강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 안주해온 토종 금융회사들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쟁격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찾아갈 수 있는 '식당'이 많아지고 '메뉴'가 다양해지는 셈이 된다. 국내 은행을 찾아가더라도 해외투자 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바뀐 현실만 봐도 그렇다. 보다 선진적인 재테크 기법도 속속 소개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들의 성장현황과 주력 금융상품 등을 알아본다. 외국계 생명보험회사의 한국 보험시장 공략은 과거 어느때보다 파상적이다. 설계사 조직을 대폭 늘리고 영업망, 판매채널을 확대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는 시장공략을 강화할수록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현실을 목격한데 따른 것이다. 외국계 생보사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처음 10%를 넘어섰다. 생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10개 외국계 생보사의 작년 4~11월 점유율은 10.5%로 2001년 같은 기간(7.7%)에 비해 무려 2.8%나 높아졌다. 가히 수직상승이라 할 만하다. 또 전체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10개 회사의 개별 점유율도 일제히 올라갔다. 업계관계자들은 외국계 생보사들의 이같은 성장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장비결은 전문 재무설계사와 종신보험 =외국계 생보사의 최대 장점은 금융전문 지식으로 무장된 재무설계사 조직이 고객들에게 맞춤형 재정설계를 해준다는 점이다. 특히 남성설계사 조직이 많다. 10개 외국계 생보사에서 근무하는 남성 설계사 조직은 작년 11월말 현재 9천12명에 이른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활약중인 전체 남성설계사(1만1천9백40명)의 75.5%를 차지하는 규모다. 또 외국계 생보사는 여성 재무설계사도 6천2백79명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상품전단과 경품이 아니라 노트북을 들고 고객을 찾아간다. 주로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이들 재무설계사는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가입고객의 재정상황과 가족구성, 라이프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설계해 주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1년동안 시장점유율을 4,2%에서 4.8%로 끌어올렸다. ING생명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4년 연속 업계 1위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ING생명의 점유율은 1.3%에서 2.2%로 급격한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다. 1991년 한국시장에 처음 종신보험을 소개한 이후 이 상품만 팔아온 푸르덴셜생명은 현재 44만여건의 계약을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연간 거둬들이는 수입보험료도 4천억원을 넘는다. 올해는 상품다양화와 판매차별화에 역점 =최근 2~3년간 빅히트를 쳤던 종신보험 상품의 경우 점차 포화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사들도 다양한 차별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올해를 본격적인 도약기로 보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 건강보험 판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텔레마케팅과 사이버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전문 설계사를 대폭 늘려 향후 본격화될 종합자산관리서비스에 대비하기로 했다. ING생명의 경우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에 치중하는 종전 마케팅 전략을 유지하되 변액연금 등 투자형 상품을 내놓고 방카슈랑스와 같은 신채널 영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ING생명은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은 상태여서 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영국계 PCA생명은 고객이 편리한 방법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아래 멀티채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1월 직접판매(TM.DM) 채널을 구축한데 이어 'PCA케어 암보험'을 선보였다. 앞으로 변액연금 유니버설보험뿐만 아니라 건강 여성 어린이 등에 특화한 상품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최근의 종신보험 판매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특약을 개발, 종신보험을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령화 추세에 부응한 건강보험 상품, 투자성향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실적배당형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AIG생명은 종신보험은 전문컨설턴트를 통해 팔고 '다보장 의료보험' '어린이보험'처럼 간단한 보장성 상품은 다이렉트마케팅(콜센터)을 통해 판매하는 등 판매채널 다각화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향후 3년 이내에 신계약 보험료 기준으로 국내 생보업계 5위 수준의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