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수위원회는 제2금융권 구조조정을 위해 5조여원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기하면서 현 정책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인수위와 재정경제부간의 갈등 저변에는 추가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어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양측간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다만 인수위 활동이 끝나가는 시점에서라도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늦으나마 다행이지만 곧 들어설 새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먼저 인수위의 추가 공적자금 필요성에 대한 재경부의 반대 논리는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다. 재경부는 '공적자금의 추가조성규모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밝히면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솔직하게 밝히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만약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추가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면 정책당국은 정확한 규모 산정을 위해 인수위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적극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2차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그룹의 처리 지연과 추가 공적자금의 투입 실기로 인해 지불한 경제적 대가를 상기한다면 정책당국의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직 인수위가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잠재부실마저 과소평가하는 인수위의 태도는 금융구조조정 추진에 대한 의지부족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인수위가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판단되나 구체적인 정책내용들을 찾아보기 어렵고,잠재부실에 대한 안이한 시각으로는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과 부실채권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지금까지 1백59조여원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금융권 부실채권의 상당부분이 정리됐지만,아직도 제2금융권의 잠재부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권 전체의 잠재부실규모가 정책당국이 공식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에 잠재부실 처리문제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더욱이 잠재부실규모가 단기적으로 개선되기보다 오히려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정책들이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추진되지 않는다면 금융권의 잠재부실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기업들 중 30%는 이자보상비율이 1백% 미만이다. 이자 갚을 만큼의 이익도 못내고 있을뿐더러,이러한 원금상환능력의 부족상태가 장기간 지속돼 경제가 호전되더라도 잠재부실 문제는 해결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이라크전 가능성과 북핵문제로 인해 한계기업들의 원금상환능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잠재부실 처리를 위해 5조∼10조원 정도의 추가 공적자금이면 된다는 인수위 인식은 안이하다는 판단이다. 잠재부실을 정리하고,제2금융권 구조조정을 위한 추가공적자금 규모가 인수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5조원의 추가적인 공적자금을 예보채 발행이 아닌 차입을 통해 조성하고,예보료 수입이나 인상 등으로 갚아간다는 인수위 접근방식은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양돼야 한다.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의 일부 손실분을 갚기 위한 예보료 인상이나,특별예보료 부과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예보료의 추가 인상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 일단 필요한 추가공적자금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한 뒤 조달 및 상환방법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다. 추가공적자금 투입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인수위가 금융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큰 정책틀과 방향을 제시해 검증 받아야 할 때다. 지엽적·단편적인 정책들보다 부실기업의 과감한 퇴출,제2금융권의 근본적인 구조조정,그리고 금융시장정보의 비대칭성문제 해소 등 시장원리에 부합하면서도 시장규율 확립에 필요한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namjh@ccs.soga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