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 최고의 은행은 단연 도요타자동차.'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가 일본 최고의 은행으로 대접받고 있다. 진짜 은행은 아니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물론 은행과 지방 중소기업들로부터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구조신호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불량채권에 발목이 잡혀 1천억엔 규모의 증자를 추진중인 UFJ는 지난달 증자를 도와달라는 사인을 도요타자동차에 공개적으로 보냈다. 도요타는 현재 이 은행 주식의 약 2%를 갖고 있다. 이에 앞서 경영부실에 시달려온 종합상사 도멘이 도요타자동차 계열의 도요타통상과 합치면서 아예 도요타의 지붕 밑으로 들어갔다. 도요타자동차는 도멘과 합친 도요타통상에 출자확대 등의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지원을 결정해 놓고 있다. 도요타에 러브 콜을 보내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2005년 국제박람회를 치러야 하는 아이치현은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는 각종 프로젝트를 위해 아이치현(나고야,도요타시)이 거점인 도요타에 은근한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은행이 아니면서도 사실상 최고의 은행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천문학적 숫자의 자금 동원력 때문이다. 도요타는 지난 수년간 고성장가도를 질주하면서 현금 및 단기보유 유가증권 등으로 2002년 9월말 현재 2조5천억엔(약 25조원)의 돈을 금고에 쌓아 놓고 있다. 1999년 3월 말에 비해 3년 6개월 동안 약 30%가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규모는 중형 사이즈의 일본 민간은행이 갖고 있는 전체 예금과 맞먹는 것이다. 자기자본도 7조5천억엔으로 일본 금융계에서 가장 탄탄하다는 평을 듣는 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 그룹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도요타자동차의 자금력은 앞으로도 더 막강해질 것이 틀림없다. 2002년 3~12월까지의 경상이익이 1조1천6백43억엔으로 2001 회계연도 전체 실적(1조1천1백35억엔)을 넘어선데 이어 오는 3월말 결산(2002 회계연도)에서는 일본기업 최초로 1조5천억엔 고지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도요타의 이같은 대약진은 북미지역 등 해외시장에서의 호조가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도요타자동차의 한 임원은 "도요타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일 뿐 피난처가 아닌데도 모두 우리만 쳐다보고 구조신호를 보낸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