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가 수도권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액정표시장치(LCD) 기지를 건설키로 하면서 경제자유구역 후보지인 송도 신도시나 김포매립지가 아닌 경기 파주를 입지(立地)로 전격 결정,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수도권 경제자유구역에 정보기술(IT) 등 첨단업종의 국내외 기업을 대거 유치,'IT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초장부터 '허(虛)'를 찔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LCD는 휴대폰 컴퓨터 등 각종 통신·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IT 소재다. LG필립스LCD가 총 1백억달러가 들어가는 대규모 LCD 생산기지로 경제자유구역 후보지들을 외면하고 이들 지역에서 멀지 않은 파주로 결정한 데 대해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측은 적잖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경 2월4일자 A1,13면 참조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국내외 기업들에 대해 세제 지원을 비롯한 각종 유인책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인데,LG필립스LCD가 정부가 내놓을 '당근'을 기다리지 않고 인근의 '보통 지역'을 선택한 까닭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LG측의 설명은 간단하다. 송도신도시와 김포매립지는 지반이 허약해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하기에는 무리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이 회사 전재완 경영지원 총괄부사장은 말했다. 연구개발센터라면 몰라도 대규모 장치산업체가 들어가기는 무리라는 것.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 운영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애초 정부는 송도 등 수도권 경제자유구역은 제조업이 아닌 금융과 서비스 분야의 선진 외국기업들을 유치,한국이 동북아의 '금융 및 서비스 허브'로 발돋움하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차기 정부를 대리하는 인수위는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금융·서비스 경쟁국가들을 능가할 만한 조건이 아직 갖춰져있지 않다"며 금융·서비스보다는 IT 등 첨단 제조업종,외국 기업에 앞서 우선 국내 기업들을 경제자유구역에 중점 유치한다는 쪽으로 '궤도 수정'할 것임을 밝혔다. 이같은 인수위측 구상에 대해 재정경제부 등 소관 부처에서는 "현행 법규상 국내 기업에 세제 등의 특혜를 제공하기는 곤란하다"며 당초 방침대로 금융·서비스 분야의 외국 기업 유치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의견 차이'를 드러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LG필립스LCD가 내린 '선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면밀한 '타당성 조사'를 거쳐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계획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