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제조업체의 현금보유액은 25조9천억원으로 91년 대비 2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91년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400개 상장제조업체(12월 결산)를 대상으로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등가물+단기금융상품+유가증권) 규모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제조업체 현금보유액은 91년 7조4천억원이었지만 93년 10조원을 넘어섰고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 20조원을 돌파했다. 현금보유비율(현금/(자산-현금))은 91∼95년 7∼8%대를 유지하다 96∼97년 6%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 다시 7%대로 올라선 뒤 9.11테러 이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해 상반기 현금보유비율은 10%를 기록했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현금보유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POSCO 등 상위 10개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91년 1조7천억원에서 작년 상반기 15조1천억원으로 무려 788% 늘었다. 이들 기업의 현금보유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에서 59%로 확대됐다. 이는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에 성공한 우량기업이 글로벌 차원의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면서 현금보유규모를 늘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현금보유액이 많은 기업은 수익성이 양호하고 재무구조도 우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보유 상위업체(1∼100위)의 자산수익률은 3.7%로 하위업체(301∼400위)의 3.4%보다 높았고 차입금 비율도 상위업체가 36.4%, 하위업체가 47.1%였다. 그러나 현금보유액이 클수록 투자액이 많았고 위험도도 컸다. 상위기업의 투자비율은 9.4%, 하위기업은 7.8%를 기록했고 현금흐름 변동성은상위기업이 4.9%, 하위기업이 4.0%를 나타냈다. 박상수 연구원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현금보유액이 많은 기업은 전략적 자유도를 높일 수 있지만 비용지출이 방만해질 수 있다"며 "기업은 자사에 적합한 현금보유규모를 결정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