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수파차이 파닛차팍 사무총장은 뉴라운드 협상의 주요 걸림돌중 하나인 농업보조금 삭감 협의가 오는 3월의 시한에 앞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속개된 세계경제포럼에 참석중인 수파차이 총장은 또 빈국들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와 말라리아 같은 `공중질환'을 퇴치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의약품 특허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협상도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농업보조금 삭감을 위한 기본 합의가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더라도 (시한인) 3월까지는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수파차이 총장은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이 지난주 뉴라운드의 농업부문 협상에 임하는 역내 공동 전략에 합의하지 못한데 대해, EU의 파스칼 라미 무역담당위원과 프란츠 피슐러 농업담당위원이 현재 돌파구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U는 지난주 역내에서 농업보조금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프랑스 및 아일랜드의반발로 타협에 실패했다. 수파차이 총장은 "(농업보조금 문제에서 어떤 식으로든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자기네 이해에도 부합된다는 점을 EU가 이해하고 있다"면서 "(EU 회원국 입장의) 대부분 내용들이 (합의가 가능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지난주 농업수출 보조금은 45% 삭감하고 농산물 지원금의 경우 55%줄이는 한편 농업 관세의 경우 전반적으로 36% 인하하자는 방안을 회원국들에 제시했다. 수파차이 총장은 또 농업 부문의 보조금 지급과 생산을 별개 사안으로 다루자는피슐러 위원의 견해가 "바람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파차이 총장은 이어 빈국의 공중질환 퇴치를 지원하기 위해 의약품 특허권을예외적으로 제한하자는 협상도 결국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난관에 빠진 협상을 타개하기 위한 "절충안이 28일 제네바에서 재개되는 협상에서 제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WTO는 이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협상해왔으나 유일하게 미국이 끝까지 버티는바람에 지난해말의 시한을 넘긴 바 있다. 그러나 내달 10-11일 소집되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절충하자는 견해들이 제기돼왔다. 수파차이 총장은 이와 관련해 "무역관련지적재산권(TRIPS)을 공중보건 차원에서는 융통성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다보스회동을 계기로 다국적 제약사들과 접촉해보니 이들도 융통성을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소식통들은 의약특허권 예외 적용에 대한 미국의 완강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EU가 절충안을 마련했다면서 빈국의 긴급지원 요청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하는경우에 한해 의약특허권을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EU안은 WHO가 빈국의 청원을 승인할 경우 이 나라가 인도나 브라질 등에서 특허에 적용되지 않는 해당 약품을 싼값에 직접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의약특허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보스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