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설이다. 아이들은 추석보다 설을 더 기다린다. 세뱃돈이 생기는 까닭이다. 제법 목돈이 되는 만큼 아이에 따라선 미리 작정해둔 곳에 잘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갖고 있다 흐지부지 써버린다. 아이가 어린 경우 엄마가 관리해 준다고 하곤 무심코 쓰는 바람에 훗날 자기돈을 찾는 아이들을 실망시키기도 한다. 세뱃돈 관리가 안되는 건 아이들과 돈 얘기 하는 걸 금기시하는 탓이다. 실제 용돈 관리 및 저축에 관해 자녀와 대화하는 부모는 20%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러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돈의 힘이 아니라 돈을 관리하는 힘이 부자를 만든다"고 했듯 수입 지출에 대한 개념은 어렸을 때부터 분명히 해두는게 필요하다. 설은 그런 점에서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세뱃돈 대신 아예 통장을 선물하거나 모은 세뱃돈을 지닌 아이와 함께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어 줌으로써 종자돈의 개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이나 적금의 경우 다 비슷한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금리나 부대 서비스에서 차이가 난다. 최근엔 특별히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개발한 저축상품이 많으므로 미리 인터넷에서 자료를 출력, 여러가지를 놓고 어떤 상품이 금리가 좀더 높은지, 세금우대와 부대서비스중 어느 쪽을 택할지 등을 함께 비교해 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교육이 된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아이라면 통장을 개설한 뒤 인터넷뱅킹을 가르쳐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 나온 청소년 대상 상품엔 적금과 보험의 성격을 더한게 많다. 신한은행의 '주니어플랜', 국민은행의 '캥거루통장' 등이 그것이다. 주니어플랜은 1만원이상 자유롭게 넣는 적립식 예금으로 1,2,3년 단위로 자동 재예치할 수 있고 매 가입기간중 3회까지 인출할 수 있다. 최저잔액이 60만원이 되면 보험에 가입되고 어학연수.유학시 환전수수료도 깎아준다. 국민은행 '캥거루통장'도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종합보험 무료 가입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장 개설시 10만원이상 넣고 2회차부터는 3만원 이상 5백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고, 2년 단위로 최장 18년까지 거래할수 있다. 계좌당 적립금 한도는 3천만원. 성장단계별로 1백만원 이상 남겨둔 채 찾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모아 소액투자신탁'도 있다. 금액은 10만~1백만원으로 가입한 날부터 13개월간 자유롭게 입금할수 있고 6개월 뒤엔 중도해지 수수료 없이 환매할 수 있다. 외환은행의 '꿈나무적금'과 조흥은행의 '어린이 경제박사신탁'도 청소년용 상품.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자유저축 통장의 경우 평균잔액 50만원 미만이면 이자를 주지 않지만 청소년 통장엔 지급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자녀 경제교육의 첫걸음 또한 '꼼꼼한 계획'과 '확실한 점검'이거니와 세뱃돈을 종자돈으로 만들다 보면 한해 살림살이 틀도 재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