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에 화폐단위 변경(디노미네이션) 필요성을 건의한 것은 선진경제 진입에 대비하고 통일시대 경제체제를 준비하는 등 다목적적이고 중장기적 안목에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3년 `환' 단위로 화폐개혁이 이뤄졌고 이어 62년 현재의 `원' 단위로 바뀌었다. 화폐단위 변경은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하더라도 최소 4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활동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어서 당장 인수위 차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한은 차원에서 연구돼온 시안이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에 보고됐다는 점에서 본격 검토를 시작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화폐단위 변경은 우선 거래 등에서의 불편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지난 62년 `원화체제' 구축 이후 40년간 국내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돼 앞으로 10년내 `경' 단위의 사용이 불가피함에 따라 경제량의 계산.호칭.장부 기재시 불편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 가치가 떨어진 원화의 안정성을 높여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국제적 지위에 맞는 `선진국형 화폐'로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서랍속이나 돼지저금통속에 방치된 10원짜리가 상당하고 길에 떨어진 10원짜리를 아이들도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면서 "실생활에서 10원단위가 사라진 만큼 인플레 요인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폐단위 변경은 통일시대 경제체제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은 관계자는 "통일이 되면 일단 재정소요가 크게 늘어 급격한 인플레가 예상되지만 통일 직후의 정치.경제.사회적 혼란기에는 화폐단위를 변경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통일에 대비해 화폐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되는 고액화폐 발행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고액권 발행을 결정하더라도 화폐의 도안 및 위조방지 장치 도입 등을 고려하면 최소 2년정도 소요되지만, 화폐단위를 변경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액권 발행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화폐단위 변경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한은측은 일단 향후 수년간 물가 및 국제수지가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폐단위 변경 추진에 필요한 경제여건을 구비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본격 논의가 시작되면 공개세미나 등을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함으로써 과거처럼 비밀리에 추진하지 않고 예금동결과 같은 조치도 취하지 않을 방침이며 초기1~2년은 신.구화폐가 동시 사용되도록 해 다소 불편은 있더라도 경제적인 큰 충격이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