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고계 최대 이슈는 외국계 광고회사들과 토종 광고회사들의 한판승부다. 지난해 LG애드가 다국적 광고그룹 WPP에 팔리면서 외국계 광고회사들의 점유율은 49.5%에 이르렀다. 외형적으로 국내 회사들과 비슷해졌다. 외국계 광고회사들은 올해는 한층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업계 사람들 사이에는 외국계 광고회사들에 대한 견해가 뚜렷하게 양분된다. "외국계 광고회사가 대기업 계열사들의 물량을 독점하는 '인하우스 에이전시' 제도를 깨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이름만 외국계지 국내 광고회사들에 비해 나은 점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외국계 광고회사들의 대표격인 LG애드(업계 2위)의 이인호 사장(61)과 TBWA코리아(업계 4위)의 신임 최창희 사장(53)은 "외국계 광고회사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경쟁체제가 강화돼 광고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사장은 "새로운 조사나 마케팅 기법이 도입되고 국내 광고주들의 해외 진출 기반이 마련되는 등 외국계 광고회사들이 갖는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요소들이 당장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국계라고 해서 영업상 특별히 유리하고나 불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외국계 광고회사들이 약진하면서 우리 광고계의 고질적 병폐인 "인하우스 에이전시" 풍토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외국계 광고회사들은 보다 자유로운 업무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국내 광고계에 월드컵이나 대통령선거와 같은 "빅 이슈"는 없지만 지난해 수준은 유지될 것이라고 외국계 광고회사 CEO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 사장은 "음료나 제약과 같은 전통적인 광고주들보다 카드 증권 은행 건설 등 새로운 광고주들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광고회사로서는 기회가 많아졌다"면서 "영업만 잘하면 지난해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말했다. 이 사장은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정도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며 "지난해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내실을 기하는 것이 광고회사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WPP에 인수된 LG애드는 "LG애드만의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새해 목표로 정했다. 이 사장은 "아직은 주인이 바뀐지 얼마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체성이 명확히 확립된 것은 아니다"면서 "올해에는 외국계 회사의 자유스러움과 국내 회사의 끈근한 일체감을 조화시켜 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TBWA코리아는 새 광고주를 적극 영입해 SK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사장은 "기존 틀을 뒤엎는 자유로운 발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것이 바로 회사와 광고주가 같이 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