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청소년들의 경제의식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경제 자립도에서 그 격차가 컸다. 한국 청소년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10대들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벌어 쓰는데 익숙했다. 돈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측면에서도 미국 청소년들이 한 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돈에 대한 감각도 달랐다. 내가 쓸 돈은 아빠가 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10명 가운데 8명 이상(84.2%)이 용돈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미국 응답자 가운데 용돈을 받고 있는 학생은 43.7%에 불과했다. 한국 학생들이 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타써야 하는 이유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미국 청소년의 85.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면 한국 중.고생들은 39.1%만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기 중에도 조사대상의 51.6%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밝힌 미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은 이 응답에 학년간 격차가 거의 없었으나 미국 학생들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자립도가 높게 나타났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방학중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응답은 95.0%까지 올라갔고, '용돈을 타서 쓴다'는 답변은 12.4%로 떨어졌다. 힘들여 직접 버는 돈이 아닌 까닭에 한국 청소년들은 금전관리에도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전출납부를 '항상' 또는 '자주' 기록한다고 답한 비중은 전체의 7.4%에 불과했다. 김태헌 한국교원대 교수(사회교육)는 "금전출납부 기록을 하지 않는 학생이 많은 것은 성적 만능주의가 판치는 한국적 현실에서 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돈에 대한 '감(感)'이 떨어진다 '40세가 되면 연간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조사대상 학생의 31.9%가 '3천만원 이하'라고 응답했고 '3천만~5천만원'이라고 답한 비중은 34.1%였다. 국내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 가량이 40세가 돼도 5천만원 이상 벌긴 힘들 것이라고 판단하는 셈이다. '5천만~1억원'이라고 대답한 학생은 전체의 19.6%에 그쳤고 '1억원 이상'을 선택한 비중은 14.4%였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한국 중.고등학생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예상했다. '5만달러(한화 약 6천만원) 이하'라고 생각하는 10대는 17.5%였을 뿐 한국돈 9천만원 가량에 해당하는 '7만5천달러 이상'을 벌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의 68.4%에 달했다. 돈에 대한 한국 청소년의 감각이 미국 학생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투자'에 대한 훈련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청소년 가운데 자기 이름의 은행계좌를 갖고 있는 비중은 61.4%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저축을 하는 학생은 고작 7.2%였다. 나머지는 부모로부터 받아서 자신의 명의로 저축(37.5%)하거나 용돈의 일부(53.9%)를 저축하고 있었다. 반면 미국 10대들은 은행 저축은 기본이고 전체 조사대상중 20.7%의 학생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유중인 주식가치가 1천달러(약 1백20만원)를 넘는다고 답한 학생도 전체의 43%에 달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부모의 동의만 있으면 주식계좌를 개설할 수 있지만 실제 주식 투자를 해보는 청소년은 거의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