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CEO"로 통하는 제네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에서 부터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야후의 제리 양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경영자들 가운데는 이공계 출신 스타 CEO들이 헤아릴 수없이 많다. 이들 테크노 CEO는 기술시장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장환경에서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통찰력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오고 있다. 특히 신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공학도 출신은 45%에 이르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테크노CEO로는 침몰직전의 일본 자동차회사인 닛산을 회생시킨 카를로스 곤(49)닛산자동차 사장을 꼽을 수 있다. 2001년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제치고 미국 CNN과 타임지가 공동 선정한 "올해의 가장 영향력있는 세계의 CEO 25인"중 1위를 차지했고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한 "올해의 경영자상"도 2년 연속(2000~2001년) 수상했다. 일본의 폐쇄성으로 인해 외국인 CEO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을 깨고 닛산자동차를 살려낸 공로를 평가받은것이다. 곤 사장은 프랑스 최고의 이공계 인력 양성소인 국립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졸업했다.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타고난 결단력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곤 사장은 불과 31세의 나이에 미쉐린의 남미법인 총괄 CEO로 부임했고 지난 1999년에 르노가 최대 지분을가진 닛산자동차에 해결사로 파견됐다. 그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참신한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적자투성이 닛산을 2001년 25억달러 흑자기업으로 만들었다. 곤 사장은 현재 가장 강력한 르노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석유화학기업인 미국 듀폰을 지난 98년부터 이끌어온 찰스 홀리데이(55)회장은 테크노 CEO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듀폰에 입사,28년만에 CEO자리에 올랐다. 홀리데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학도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산업공학 부문에서 훈련을 받았고 자격증있는 전문 엔지니어로서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하며 평가하는 등 모든 일에 항상 체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려 애쓴다"고 늘 말한다. 그는 "듀폰이 2백여년 동안 장수기업으로 남게 된 비결은 과학기술에 대한 무한한 신뢰"라고 강조한다. 홀리데이 회장은 "부도날 상태가 아니면 R&D 예산은 절대 손대지 않는게 2백년간 지켜온 전통"이라고 설명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미국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64)사장은 테크노 CEO출신 스타의 한사람이다. 그는 스탠퍼드대 교수(재료공학)출신의 정통 이공계 CEO다. 그는 74년에 기술개발 담당 매니저로 인텔에 입사해 98년에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인텔을 디지털 경제의 주도기업으로 이끌었다. 배럿 사장은 공정 하나하나도 체크하는 현장중시형 관리자로도 유명하다. 이를 통해 그는 "나무와 숲을 함께 보는 치밀한 테크노 CEO"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지난해 5월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업체 BMW의 CEO에 오른 헬무트 판케(57) 회장도 세계 경제계가 주시하는 이공계 CEO중 한명이다. 그는 물리학 박사 출신의 경영자다. 뮌헨대학에서 물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스위스 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고교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맥킨지컨설팅에서 4년간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는 "축구에서도 상대방의 움직임을미리 예측해야 이길 수 있듯이 CEO의 역할도 5~10년 뒤 기업 환경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라며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물리학자로서의 경험이 CEO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