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민들의 관심은 집값 동향과 가계대출 문제에 집중돼 있다.

안정세로 돌아선 집값이나 전.월세값이 다시 뛰지나 않을지, 은행 문턱이 또 높아지지는 않을 지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올해 경기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고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썰렁해 새해 시작부터 서민들은 마음을 무겁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올해 집값은 전반적으로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전국 집값(매매기준) 상승률은 0.5~1.5% 상승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예상한 소비자물가 상승률(3.3%)보다 낮아 실제로는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김희선 부동산114 상무도 "경제동향이나 금리흐름, 정책요소 등 모든 요인들이 집값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내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추가 상승여지는 거의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 상무는 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서민생활 안정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다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해 수도권은 인구유입이 멈출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집값의 추가적인 상승이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창석 닥터아파트 이사는 "단기적으로 집값 하락의 충격없이 횡보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김대중 정부가 지난해부터 강도높게 시행해 온 부동산 안정정책의 기조를 갑자기 바꿀 만한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사실 다시 집값이 뛰게 될 경우 정부로선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내놓을 만한 고강도 처방은 대부분 다 썼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 폭등현상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버블현상으로 또 다른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4차례에 걸쳐 부동산 투기조사와 청약제도 개선, 공급확대, 세제개편 등을 통한 전방위 투기억제책을 발표했었다.

지난해 10월이후엔 집을 사려는 '유동성'을 죄는 대책까지 곁들여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0월 은행들의 가계대출 대손충당금을 상향조정케 하는 한편, 11월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도 높이도록 지시했다.

그 덕분에 수도권 집값은 지난해 10월 중순이후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중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말보다 31.5% 올랐다.

특히 강남지역 상승률은 35.8%에 달했다.

그러나 11월에는 전달보다 각각 0.6%씩 하락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값도 1~10월중 15.9% 올랐으나 11월에는 매매부진에 따라 전세물량이 쏟아지면서 2.6% 내렸다.

정부의 집중적인 억제대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 사이 금융권의 문턱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과도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펴고 있다.

만족스런 효과가 날 때까지 억제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가계부채 총액은 외환위기 직후인 97년말에 2백11조원였으나 작년 11월에 4백31조원을 기록, 5년만에 두배가 됐다.

가계부실 위험이 커지자 금융회사들은 가계대출 축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 예금 금리를 내리고 대출 금리는 올려 예금.대출금리간 차이인 예대마진 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집값 안정대책의 불똥이 엉뚱한 곳에 터지고 있는 셈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억제하는 바람에 신용이 한계선상에 있는 금융 소비자들의 금리부담이 커지고 일부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파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가계대출이 연착륙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만들어 시행하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신용회복 지원 등의 후속대책을 무리없이 시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