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악의 축"이라고지목한 북한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처해 북한에는 외교압박 봉쇄전으로, 이라크에는 전면 군사전으로 각각 분리 대응한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경우, 북한 지도자 김정일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면서도 김정일 체제의 전복이나 제거는 언급하지 않고 북한의 핵계획 폐기에 초점을 맞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외교봉쇄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이 29일 전했다.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과 워싱턴 의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위기가 이라크의 위협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위험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과 국무부당국은 북핵 문제를 아직까지 "위기국면"에까지 이르지 않았다면서 신중한 자세를보였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도 이날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백악관 당국이 북핵문제를 우려해 이를 갈등국면으로 보고 있으나 `위기'라는 외교적 용어를 사용하기를 꺼려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면 머리사진으로 한국민의 북핵저지 규탄 장면을 싣고 "북핵위협이상당수 한국민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핵위기에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김정일이 넘어서는 안될 마지노선을 아직 긋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이날 NBC를 비롯한 미국 언론매체들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나 "아직 위기단계에 와있지않다"고 내다봤다.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외교수뇌부와 국방부 당국자들도 북한이 폐연료봉재처리에 실제 돌입해 핵무기 제조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을 때 미국의 선제공격가능성에 관해 직답을 피한 채 "현단계에서 선제공격 가능성은 없다"면서 외교방식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미국 상원 외교분과위원장에 내정된 공화당의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과 현재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도 이날 N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긴밀한외교공조를 촉구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사담 후세인 체제의 교체를기회있을 때마다 천명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군사 전면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라크를 겨냥한 개전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연말연시 연휴를 보내는 부시 대통령은 지난 11월중간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이라크에 대한 전면전 돌입 태세를 강화해 미국-이라크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연말에 전격 불거진 북핵위기에 대해서는 "선(先) 핵계획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강경자세를 견지하면서 다자외교를 통한비군사적 해결책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워싱턴 외교관측통들은 부시 대통령이 빠르면 1월말 늦어도 2월중 이라크에 대한 전면 군사공세를 개시한다고 내다보면서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면서 북한에대해 군사적 제재를 가하는 2개 전선을 동시에 치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