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바보 노무현'이 마침내 `국민 대통령'이 되는 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일등 공신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노무현(盧武鉉) 당선자 지지자는 물론 반대자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한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노풍(盧風)의 눈' `국민경선장의 붉은 악마' `국민후보의 든든한 버팀목'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노사모는 지난 2000년 4.13총선 후 온라인에서 태동한 이래 지난 2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한국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노 당선자의 후보지위가 당내에서 흔들릴 때 `희망돼지 돼지저금통분양'과 `온라인 성금 모금'에 앞장서는 등 한국 정치에서 정치자금 모금에도 새장을 열었다. 4.13총선 때 노 후보가 지역주의 타파를 앞세워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석패한 이후 당시 노무현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하루 1천여건이 넘는 격려와 울분의 글들이 쏟아졌고, 이틀후인 15일 `늙은 여우'라는 ID를 가진 광주 거주이정기씨가 `노무현 팬클럽'을 제안했다. 이후 `노무현 팬클럽 임시 게시판'이 개설됐고, 너나할 것 없이 글을 올리던 네티즌들이 대전의 한 PC방에 모여 회원 300여명으로 노사모의 닻을 올렸다. 노사모는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오프라인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지난해 12월 국민경선 대책위원회를 결성,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앞장서는 등 당안팎의 정치적 기반이 미약한 노 당선자를 지키는 근위군으로 활약했다. 이기명(李基明) 후원회장은 노 당선자가 당안팎으로부터 시련을 겪을 때마다 거의 습관적으로 "노사모가 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노 당선자 역시 대선 유세에서 "노사모 회원들이 `국민후보 노무현 짱'을 외치면 나도 모르게 힘이 솟는다"며 절대적 신뢰와 고마움을 표시했으며, 노사모 사이트가 폐쇄되기전엔 매일 오전 5시 일어나 노사모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노사모 팬'이기도 하다. 노사모는 지난달 20일 중앙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폐쇄했으나,공식 선거운동기간이 끝난 18일 자정을 기해 다시 문을 열었다. 그 이전에도 인터넷의 특성을 십분 활용, 노사모 회원들은 민주당과 각 언론사 홈페이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누비고 다니면서 노 당선자에 대한 지원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노사모는 그러나 자신들의 `노짱'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자신들이 공언해온 대로 명예로운 퇴장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활.시민 정치개혁을 확산시키는 역할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노사모 회원들에 대해 `광신도'라고 표현하는 시각도 있으나, 회원들이 올리는 글의 전형적인 패턴은 "나는 대학때 운동권과 거리가 멀었으나 어린 나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사는 세상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웬만한 영향력있는 거물 정치인 못지 않게 역할을 톡톡히 해낸 영화인 명계남씨와 문성근씨는 노사모가 낳은 스타라고 할 수 있다. 노사모는 한국문화의 핵심코드로 자리잡은 영파워, 인터넷 파워를 배경으로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 변혁을 이끌어 냄으로써 한국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