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 여론조사를 맡은 리서치 업체들이 대선 특수속에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최근 인터넷 등에서 근거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유포됨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당국이 단속에 나서자 직원 입단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대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판세'여서 터무니없는 조사결과로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밤을 지새우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 입에 자물쇠 채운 여론조사회사 =한국갤럽은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 대선 여론조사 전담인 연구3본부 직원 6∼7명은 회사로부터 입단속에 철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조사결과, 고객, 설문조사비 등 조사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회사 동료에게도 발설할 수 없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연구3본부 사람들은 요즘 매일 야근을 하는데 '어떤 후보가 될 것 같으냐'고 질문하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고 털어놨다. 한국리서치의 한 임원도 "회사의 이름을 함부로 인용해 잘못된 조사결과를 유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에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가족이나 친지들에게도 일절 함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 예측 빗나갈까 노심초사 =올해 대선은 막판까지 결정적 구도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 여론 조사전문가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지지율 차이는 제각각이고 조사결과도 매번 적게는 1∼2%포인트에서 많게는 10%포인트까지 널뛰기 양상이다. 여기에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 수시로 바뀌는 지지율은 종잡기 어렵다. 리서치&리서치 노규형 대표는 "대선 여론조사를 맡은 업체들은 선거후 조사결과가 얼마나 정확했는가에 따라 회사의 역량을 평가받기 때문에 수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에게 결과를 전달하기까지 신중을 기하기 위해 팀원과 날마다 밤샘 작업을 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여의도리서치 안충섭 사장은 "모든 것을 한번에 잃을 수 있는 도박을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예측이 틀린 기관은 최악의 경우 회사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임상택.이정호.홍성원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