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 출범하는 브라질 신정부의 중앙은행 총재에 명망있는 은행가 엔리케 데 캄포스 메이렐례스가 지명됐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당선자는 12일 다국적 금융회사`플리트보스턴 파이낸셜'의 글로벌 뱅킹 담당 사장을 지낸 메이렐례스를 새 중앙은행 총재로 지명했다. 메이렐례스는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펀드 매니저 출신인 아르미니오 프라가현 총재의 뒤를 이어 브라질의 금융.통화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국제투자가들은 그가 프라가 현 총재의 반(反) 인플레 정책기조를 유지, 과감한금리인상 등을 통해 인플레 퇴치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메이렐례스는 `플리트보스턴 파이내셜'에서 중남미.유럽.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글로벌 뱅킹 담당 사장을 맡다가 지난 8월 그만두고 정치에 입문, 10월에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가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하려면 의원직을 내놓은 후 상원의 인준을 얻어야 한다. 룰라 대통령 당선자가 재무장관에 이어 이날 중앙은행 총재도 지명함으로써 브라질 신정부 경제팀의 골격이 갖춰졌다. 룰라는 메이렐례스가 집권 노동자당이 아닌 `브라질 사회당' 소속이긴 하지만금융계와의 유대가 긴밀하다는 점을 고려해 그를 영입했다. 룰라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 중앙은행 총재에 메이렐례스를 지명한 배경과 중앙은행의 향후 금융통화정책 방향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배석한 안토니오 팔루치 재무장관 지명자는 "메이렐례스가 금융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한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메이렐례스는 취임후 정책 구상을 묻는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브라질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며 성장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내년초 취임하자마자 `금융위기 탈출'과 `인플레 퇴치'라는 두마리 토끼를잡아야 하는 중대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올들어40% 가까이 폭락한 상태다. 애널리스트들은 금융전문가인 메이렐례스가 좌파 색채를 띤 룰라 정부의 중앙은행 총재에 지명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브라질 금융계에서는 그가 국제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노련한 금융통인 만큼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도 능숙하게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리아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