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만해도 가전품목은 대기업의 '전유 업종'이었다. 물론 아직도 TV 냉장고 세탁기 전기밥솥같은 가전품목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은 지대하지만 1990년대를 거치면서 중소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활발해진 것도 사실이다. 2002년 현재,중소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작은 크기의 생활 가전제품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우선 전기밥솥 분야에서 치열한 시장점유율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환위기 직후 2백만대까지로 줄어들었던 밥솥의 연간 수요량이 3백만대(지난해 기준) 정도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일본을 제치고 국산 전기밭솥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면서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밥솥분야는 중소기업들간 경쟁이 치열하고 동시에 중소기업과 대기업들간에 대치국면이 벌어지는 분야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면 바로 '퇴출'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라이벌간 마케팅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전기면도기 드라이기 청소기같은 소형 생활가전에서는 중소기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례로 외국제품이 판치는 전기면도기에서는 토종 기업인 조아스전자가 확실하게 기반을 닦는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소형 생활가전분야에서는 이젠 선진국이 아닌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츠처럼 빌트인가전에서 미래 비전을 찾는 중소기업도 출현했고, 산소를 테마로 가전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JM글로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진출 가전 분야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다. 같은 맥락에서 초대형 TV와 DVD플레이어 및 대형 냉장고 품목을 중심으로 대기업에서 원자재를 공급받아 완제품을 출시하는 가전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고리텍같은 중소기업은 휴대용 노래방기기를 내세워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가전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