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의 교체는 조지.W.부시 대통령의 2004년 대선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마디로 테러응징전만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으며 경제를 살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부시 대통령이 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끌고도 경제난때문에 연임에 실패했다는 교훈을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닐 재무장관을 주축으로 한 미국 경제팀은 지난해 9.11 테러이후 올해 경제가3.5%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낙관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10월 이래 주가가 잠깐 오르기는 했지만 지난 봄 부터 주가는 큰 폭으로 계속 떨어져 왔다. 더구나 봄 부터는 `더블딥', 즉 경기의 재하강 국면 진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왔으며 각종 경제지표들이 부정적인 수치를 계속 나타냈었다. 민간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100이상을 나타내다가 지난 10월에는 79.6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에는 84.1을 나타냈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3월 이래 무려 160만명을 감원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오닐 장관의 경우 지난 5월 급하지 않은 해외순방을 하면서`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얘기했다가 기업인들과 월가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닐 장관의 낙관적인 주장은 미국의 제조업지수가 최근 3개월간 연속 경기의후퇴를 반영하는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과 큰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오닐 장관과 린지 수석보좌관이 스스로 사임의사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백악관주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사임을 종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들의 사임 뉴스가 발표된 시점도 유의할만 하다. 지난달의 실업률이 당초 경제분석가들이 예상했던 5.8% 수준을 넘는 6.0%에 이르렀다는 발표가 나온 날 그들의사임뉴스가 전해진 것이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경제의 회생을 위해 각료교체 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극적으로 나타내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닐 장관의 이임은 그간 부시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왔던 감세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닐 장관은 그간 세금감면폭을 더욱 크게 해야 한다는 공화당 일각의 요구에재정적자가 더 증가될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왔다. 이제 그가 떠나게 돼감세폭 확대론자들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오닐 장관이 이임하면서 경기를 자극하기 위한 강도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 짐 글래스먼은 정부가 단기적으로 경제를자극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게 됨으로써 테러응징전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는 한편 선거의 승리를 국내경제 문제를 우선 생각하는 계기로 적극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오닐 장관의 후임자로는 부시 대통령의 측근인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과 텍사스출신 상원의원 필 그램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온라인증권사 찰스 슈왑의 찰스 슈왑 회장, 골드만삭스의 전 회장 스티븐 프리드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은행의 윌리엄 맥도나우 총재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