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인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영장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헤르페스바이러스의 면역파괴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하버드의대 정재웅(42)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과학과 최준호(50) 교수팀은 영장류에 감염되는 `사이미리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virus)'가 세포 내 `팁(Tip)' 단백질과 `p80'유전자간 상호 작용을 통해 세포의 면역시스템을 파괴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최 교수팀의 박준수(28.박사과정)씨가 논문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이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이뮤니티(Immunity.인용지수 21)'에실렸다. 특히 박씨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찾아내 작용 기능까지 밝힌 `p80유전자'는 박씨명의로 미국 유전자은행에 공식 등록됐다. 헤르페스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감염된 세포가 죽을 때까지 기생하다 세포의면역체계가 약해지면 암이나 다른 질환을 일으키는데, `사이미리 헤르페스바이러스(HVS)'는 원숭이 등 영장류에 감염되는 헤르페스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체내 면역세포인 T세포에 감염된 뒤 팁(Tip)이라는 유전자를 통해 T세포의 면역체계를 파괴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파괴 과정에서 팁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는 지는 규명하지 못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p80'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과 팁 유전자가 결합, 면역체계 안에서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하는 T세포 수용체(receptor)를 `라이소좀'(세포내 쓰레기장)으로 보내 분해되도록 함으로써 T세포 면역시스템을 파괴한다는사실을 확인했다. 박준수씨는 "영장류에 주로 감염되는 헤르페스바이러스의 면역파괴 메커니즘을규명함으로써 관련 질병 연구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면역파괴 과정에서중요한 작용을 하는 p80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길원기자 (서울=연합뉴스)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