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제공받아 낳은 아들에게양육한 아버지가 이혼 후에도 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민법 해석을 두고 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친권문제를 제대로 정리한 법 제도가아직 마련되지 않아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법 가사9단독 홍이표 판사는 이혼을 앞둔 A씨가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들(5세)에 대한 친권이 없다'며 남편 B씨를 상대로 낸친생자관계존부확인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아들에 대한 친권이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생식불능인 피고는 원고와 합의해 다른 남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낳기로 합의했고 이후 아들을 호적에 기재했으므로 아들에 대한 친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민법에는 친생자관계의 존재 여부는 자연적 혈연관계를기초해 정해지는 만큼 원고가 자신의 정자로 낳지 않은 이상 아들에 대한 친권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92년 B씨와 결혼한 뒤 아이가 생기지 않자 부부 합의하에 96년 정자은행을 통해 인공수정을 한 뒤 아이를 낳았지만 불화로 이혼을 앞두고 호적정정을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서울지법은 재작년 인공수정으로 아들을 낳은 이혼녀가 전 남편을 상대로낸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청구소송에서 "현행 민법에는 부인이 혼인중에 임신한 자식은 아버지의 자식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부부가 합의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봐야 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다. 대한가정법률복지 상담원은 "결혼 중 합의하에 인공수정을 해서 아이를 양육한아버지에게 당연히 친권이 있다"고 밝혔으며 평화여성가정법률사무소는 "아직 법조항이 없고 대법원 판례도 없는 단계에서 법관의 견해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우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 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원은 "아직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해 아버지에게 친권을 인정해 주는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