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2002 한국프로야구 챔피언 자리를 놓고 12년만에 맞붙는다. 두팀은 3일 정규리그 우승팀인 삼성의 홈인 대구구장에서 펼쳐지는 1차전을 시작으로 7전4선승제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양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것은 지난 90년 LG가 4연승으로 가볍게 삼성을제압한 이후 12년만이다. 당시에는 김용수와 정삼흠 등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운 LG가 수월하게 이겼지만이번에는 투타에서 모두 최강의 라인업을 갖춘 삼성이 객관적 전력에서 훨씬 앞선다. 삼성은 임창용-엘비라의 원투 펀치와 노장진이라는 걸출한 마무리까지 거느린짜임새있는 마운드에 이승엽-마해영-양준혁을 중심으로 하위타선까지 어느 한 곳 쉬어갈 곳이 없는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삼성은 안방에서 2주 가까이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며 컨디션을 최상으로끌어올렸지만 LG는 기아와의 혈전을 거치면서 투수력이 바닥난 상태다. 따라서 이번 한국시리즈는 삼성과 LG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삼성이 한국시리즈에7번 올라 모두 지고 단 한번도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징크스와 싸우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정규리그 4위에 간신히 턱걸이했음에도 절대적 열세라는 예상을 비웃으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LG의 상승세도 무시할 수 없다. LG는 현대 및 기아와의 경기에서 이미 객관적 전력이란 것이 한낱 통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더욱이 삼성은 한국시리즈 첫 우승이라는 부담과 싸워야 하지만 LG는 포스트시즌 자체를 '보너스'라는 기분으로 즐기고 있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부상으로 지금까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졌던 김재현이 한국시리즈에서는 아픈 몸을 이끌고 출장을 결의해 동료들의 투지를 자극하고 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한을 풀 수 있을 지, 아니면 LG가 파란을 이어가며 94년 이후 8년만에 다시 정상에 오를 지 차가운 날씨에도 그라운드의 열기는 뜨거워져만 간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