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앞둔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지난23일 여성부 한명숙 장관과 가진 면담에서 '서울대 우조교 사건'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오르면서 서울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일부 네티즌들이 `실망했다'는 비난의 글을 올리고 있고 전임 총장의 불명예퇴진 이후 정 총장 취임에 기대를 걸었던 교수와 학생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25일 한 주간지가 정 총장이 "해명하는 것을 싫어하고 해명할 것도 없지만 비서들이 오늘 안하면 여성계 쪽에서 들고 일어나 오래갈 것 같다고 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고 발언한 사실을 다시 보도하자 그동안 조용히 소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던본부 측에서도 우려하는 표정이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 총장이 "우조교 사건의 역사적 의의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법원의 판단도 존중한다"며 "여성계에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소동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는 걱정에서다. 한 교직원은 "교내 성희롱.폭력상담소에 가장 진보적인 여교수를 소장으로 임명한 사실에서 보듯 정 총장은 성희롱에 대해 누구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 총장의 발언이 사과 이후에도 말꼬리잡기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직원은 "정 총장은 취임직후 지역할당제 발언으로 몸살을 앓았을 때도 해명자료를 내겠다는 비서들을 만류할 정도로 자신의 발언에 끝까지 책임지는 성격"이라며 "주간지에 보도된 `해명하는 것을 싫어하고 해명할 것도 없지만'이라는 표현은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 총장이 너무 말을 거침없이 해 오해를 스스로 불러 일으킨다는 불만의목소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학생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정 총장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해 또다시서울대가 `외풍'에 흔들릴 것 같다"면서 "정 총장이 서울대 총장으로서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는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총장은 24일 교내 일부 여교수와 만나 자신의 발언의 맥락에 대해 설명한데 이어 조만간 교내 신문이나 게시판을 통해 전체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도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