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4년제네바합의 이후에도 비밀리에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온 사실이확인돼 한반도 정세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북한 핵에 대한 미국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북한이 즉각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북관계가 악화, 지난 94년과 같은 북핵 위기상황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하지 않되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키로 했고 미국정부도 일단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나 새로운 핵무기 개발의혹의 해소를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16일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이달초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으로부터 핵무기 개발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핵비확산협정(NPT)에도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의 숀 매코맥 대변인은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우리는 이 상황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면서 "이 지역의누구나 이 문제에 이해관계가 있으며 어떤 평화적인 국가도 북한이 핵으로 무장하는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미국의 맹방들은 북한측에 핵비확산조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것과 규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북한이 핵개발 의혹을 시인했다"고 전하고 "북한이 시인한 새로운 핵개발 의혹은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당초 핵무기 개발계획을 부인했으나 켈리 특사가 북한이 최소 핵무기 2기를 만드는 데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했다는 핵협정 위반 증거를 제시하자 핵개발계획을 시인했다고 미 국무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이같은 시인이 켈리 특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오른팔으로 통하는 강석주 북한 제1외무부상을 만났을 때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정부 고위 관리는 미국정부가 올 여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사용을포함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 정보는 이프로그램이 북-미, 북-일간에 플루토늄에 기반을 둔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식하기로합의한 지 여러해 뒤인 1990년대 말에 시작됐음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CNN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미국 정부는 북한측의 핵무기 개발 계획 시인으로제네바 협정이 파기된 것으로 판단하고 의회 및 동맹국들과 북한 핵무기 문제를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대북관계에 대한 다음 조치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희망한다고 밝히고 북한은 핵개발 계획 동결을 골자로 한 제네바 협정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핵무기 개발 계획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새로운 핵개발 의혹을 시인한 것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고 대화를 통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토록 강력히 촉구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달말 멕시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사찰 수용을 유도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어서 3국 정상회담이 북핵위기의 해소와 한반도 정세의 중대고비가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임 수석이 전했다. 임 수석은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북한이 모든 핵 의혹과 관련해 IAEA의 사찰을 즉시 수용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에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 수석은 그러나 "북한이 이달초 켈리 특사의 방북시 미국이 제기한 핵개발 의혹에 대해 솔직히 시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이 대화를 통해 이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 아닌가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이래운 황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