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끄떡없었던 만리장성이 마침내 무너지고 말았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중국 장신군단의 위력도, 미국프로농구(NBA) 1순위 지명에빛나는 야오밍의 명성도 강인한 정신력 앞에는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다. 14일 부산아시안게임 농구 결승전에서 한국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대회5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연장 접전 끝에 102-100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이후 20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세계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여자팀이 앞서 열린 경기에서 중국에 아쉽게역전패해 은메달에 그쳤음을 고려할 때 사실 중국을 넘기 힘들다고 여겼던 남자팀의금메달은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무엇보다도 이날 승리는 그간 중국전에 대비한 김진 대표팀 감독의 용병술을 선수들이 피나는 훈련을 통해 잘 습득한 결과이며 체력이 다한 상태에서도 끝까지 이를 악물고 작전을 수행해낸 덕분이다. 또한 김 감독이 "필요없는 선수는 하나도 뽑지 않았다"고 누누이 강조했던 것처럼 이번 금메달은 전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만리장성 타도'의 일념 아래 똘똘 뭉쳐일궈낸 열매이기도 하다. 4쿼터까지 10점 이내로만 경기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는 김 감독은 "종료 6분여를 남기고 준비했던 전면강압수비를 쓴 것이 주효했다"며 "체력이 고갈된 4쿼터막판과 연장전에서 그같은 수비와 속공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오로지 정신력이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잘했지만 이날 역사적 승리의 주역들을 팬들은 잊을 수 없다. 지난해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중국 격파를 이끈 김주성과 국내 프로농구(KBL)의간판스타 서장훈이 이룬 더블포스트는 이날 경기가 진행될 수록 NBA 출신의 야오밍과 멍크 바터를 압도했다. 226㎝의 장신 야오밍은 23득점, 리바운드 22개를 기록했지만 듣던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서장훈과 김주성에게 블로킹을 하나씩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서장훈은 "226㎝의 장신을 상대하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공을다루는 세기는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도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특히 힘에서는 안 밀리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야오밍을 상대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막판 과감한 패스와 공격으로 역전승의 견인차가 된 현주엽과 김승현의 선전은두고두고 잊지못할 최고의 플레이였다. 현주엽은 패배가 굳어지는 듯 하던 4쿼터와 승부처였던 연장전에서 잇달아 중국의 장신벽을 뚫고 과감한 골밑슛을 성공시켰고 김승현도 4쿼터 3분여를 남기고 투입돼 가로채기와 신기의 어시스트로 대량 득점의 시발점이 됐다. 중국전에 유난히 강하다는 전희철이 4개의 3점포를 고비 때마다 터뜨려 준 것은추격의 원동력이었고 3쿼터까지 부진했던 문경은과 방성윤의 시기 적절한 3점포도큰 힘이 됐다. (부산=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