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해안(태평양연안)의 29개항만 폐쇄로 인한 `물류대란'이 6일째 계속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협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도 확고한 개입의사를 드러내지 않아 사태의 조기 해결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미 업계는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백악관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할 계획이나 백악관은 사태를 관망중이다. 항만 폐쇄가 장기화되면서 항공화물 운송요율이 치솟고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영세 수출업체에서는 연쇄적인 근로자 해고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서부해안 항구밖에는 아시아국 화물을 실은 200여척의 배가 발이 묶인 채하역작업이 재개되길 기다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 제조.소매업체들은 원료와 제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일손을 놓은 상황이다. 미 제조업계는 항만 폐쇄사태가 조기 종식되더라도 한동안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협상 어떻게 돼가나 = 해운사와 터미널 운영업체 등 사측을 대표한 태평양해운협회(PSA)와 부두노조측은 4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중재하에 이틀째 협상을 갖고 새 임단협안을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조셉 미니에이스 PSA 수석대표는 "칫솔을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부두노조 위원장 짐 스피노사는 "우리는 사태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어느쪽도 사태의 조기해결을 낙관하지 않는 상황이다. 노사 양측은 연금을 비롯한 복지혜택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첨단 화물처리시스템 도입에 따른 인력조정도 핵심쟁점의 하나로 부각된 상태다. ◆미 업계는 어떻게 하고 있나 = 미 제조업계는 행정부 관리들과 사태해결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의 개입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미제조업협회(NAM)의 대런 매킨리 대변인은 "항만 폐쇄가 조속히 풀리지 않으면 국가경제에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NAM은 정부의 직접개입 요청은자제하고 있다며 노사 쌍방에 진지한 협상을 촉구했다. 애리 플레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일절 논평하지 않았다. ◆산업 피해 어느정도 되나 = 미 경제의 피해액은 하루 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타격이 가장 큰업종은 자동차,의류,완구류 제조,식품.농업,전자 등이다. 닛산 자동차와 항공기 메이커 보잉이 곤경에 처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닛산은 5일부터 `알티마'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X테라' `프론티어' 픽업 등을 연간 50만대씩 생산하는 테네시주 공장의 토요일 교대근무조를 쉬게 할 계획이다. 보잉도 내주부터는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애틀 항구 등에 발이 묶인 컨테이너 선박안에서 비행기 동체 부품이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정용품 메이커들은 부품조달이 안돼 2∼3일내 가동중단이 우려된다는게 NAM의 분석이다. 수출용 곡물이 부두 창고에 쌓여 있고 사과 등 과일 농가들은 아시아 시장 수출차질에 걱정이 태산이다. 미 제조업계는 부시 대통령이 `태프트-하틀리 법'을 당장 발동해 노사간에 80일간의 냉각기간을 선언하더라도 생산차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화물요율에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화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항공화물요금은 서부항만이 폐쇄된 지난 29일 이후 30%가량 오른 상태다. 그러나 화물의 종류나 행선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서부항구까지 40피트짜리 컨테이너 운송가격은 통상 1천500∼3천500달러인데 이를 항공화물로 보내려면 10배 이상 비싸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 3일 화물운송량이 작년 `9.11 테러'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노스웨스트 항공은 태평양 노선에 화물항공기를 증편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 대만에 밀짚을 포장 수출하는 오리건주의 `퀄러티 트레이딩'사는 일감이 끊어져 15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영세업체 피해도가시화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