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계가 다시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 중남미 등 지구촌 어느 한 지역 안정된 곳이 없어 보일 정도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이 그나마 낫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상대적인 비교치에서일 뿐이다. 세계경제 전체가 마치 90년대의 일본처럼 끊임없는 디플레이션에 시달릴 것은 아닌지,또 지난 30년대와 같은 장기불황에 빠져들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증시가 함몰 지경에 처한 것이 작금의 세계적 불안징후군의 핵심이다. 신경제를 떠받쳐 왔던 나스닥시장은 최고치였던 지난 2000년3월31일의 5,100에서 이미 5분의 1 수준인 1,100포인트대로 하락했다. 최근들어서는 실업률,소비자신뢰지수 등 실물지표들도 더블딥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증시 역시 지난 96,97년 수준까지 떨어져 신경제 호황기에 늘어났던 시가총액을 거의 원위치로 돌려놓고 있다. 더욱 심각한 곳은 일본이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최대 8조엔까지 주식을 사들이기로 하고도 하락하는 주가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비교적 순항하던 한국 증시 역시 해외변수에 압도되면서 외국인 매도물량과 함께 세계적인 주가 급락세에 쓸려들고 있다. 코스닥은 거래가 급감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50포인트마저 무너졌고 종합주가지수 또한 외환위기 당시의 주가수준으로까지 크게 되밀려났다. 신경제가 과잉투자 문제로 주춤하고 있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융완화 정책이 거듭 단행된 것이 과잉유동성을 형성하면서 부동산 시장만 이상 비대해지는 것 또한 세계적인 현상이다. 불황의 양상마저 세계화됐다고 말해야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더욱 걱정스럽다. 디플레이션 우려와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중첩되게 나타나면서 경기 동향을 판단하기도 어려워졌거니와 이 판단을 기초로 대책을 세우기는 더욱 애매하다. 2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동결키로 한 것도 그런 속사정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금리향방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도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 공통된 현실이다. 유럽은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2년 늦춘 2006년으로 조정하는 등 시간벌기에 부산하다. 불황의 장기화·세계화 가능성이 적지않은 만큼 우리로서도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적절한 위기대책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