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갖는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정치, 외교역량을 시험받게 된다.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이번 북.일 정상회담이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양면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일부 서방언론들이 `정치적 도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번 방북은 국내에서 인기가 시들해 진 그의 정치적 승부수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무 소득도 예상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고이즈미 총리가 배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산된 정치행위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논란 속에 고이즈미 총리는 스스로 이번 방북의 손익계산서를 놓고 주판알을 튕겨봤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이번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간다"는 항간의 보도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최근 방북문제는 그의 정치적 생명선이 되고 말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야만 한다. 일본 언론들이 이 문제의 추이에 초점을 맞추어 왔고, 일본내 보수.우익이 정상회담의 성패를 이분법화하는 논리의 출발점이 납치자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보면 고이즈미 총리방북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납치자 문제의 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그의 방북성적표는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이 관여한 것으로 여겨지는 8건의 11명 납치피해자에 대한 생사여부와, 귀국을 포함한 향후 해결의지를 북한측으로부터 받아낸다면 두말할 나위없이 방북결과는 성공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11명 가운데 일부 납치피해자들에 대해서만 안부를 확인해 주는 선에서 끝난다면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의 성과라며 일본 국민에게 보고하기에는 '옹색'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간 납치사건이란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해 온 북한의 태도에서는 진일보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일본 총리의 역사적 첫 방북의 성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 연기 내지는 핵사찰 수용 등 다른 의제에서 `승점'을 쌓아야 방북의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의 손익분기점이 갖는 중요성은 그것이 2000년 10월 이후 중단되어온 양국간 수교교섭 재개의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