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책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세부 목표들이나 동원되는 정책수단들을 보면 종종 상충되는 것들이 포함된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 가지고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기술도입이나 기술개발은 상충돼 보이지만 기술을 발전시키자면 모두가 필요한 일이다. 또 특정산업을 육성하자는 것과 경쟁을 촉진시키자는 것은 서로 모순된 것 같지만 서로 양립하면서 경제적 파이를 키워간다. 상충되니 어느 하나를 배제해야 한다기보다 정책의 배합(Policy Mix) 또는 세부적 정책설계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내년부터 이공계 대학 졸업생 1천명에게 유학경비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 죽이기''두뇌유출' 등 비판이 가해지더니 급기야 전국 공대 및 자연대 학장협의회는 이 방안의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애초 기획예산처가 이것을 발표하고 나선 것부터가 그렇게 잘한 일 같지는 않다. 이것을 고안했던 부처가 아니었으니 정책 배합의 비중이나 세부설계를 생각했을 리도 만무했다. 더구나 국내 이공계 대학(원) 장학금 지원문제를 놓고 저리융자냐 그냥 지원이냐의 신경전이 있던 터였으니 스스로 논란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어쩌면 정책을 고안했던 과학기술부만 벙어리 냉가슴 앓게 됐다.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생각한 여러 대책 중 하나일 뿐인 것이 마치 핵심이고 전부인 것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더구나 이공계 유학 지원은 연구개발이 국제화되는 추세에 따라 미래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현지 연구개발과 연계한다는 차원에서 비롯됐다. 그것도 이공계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유학 인턴십 교환학생 공동연구 등 다양한 방법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설명을 못하고 있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사정이 이러니 공대ㆍ자연대 교수들이 들고 일어날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여러가지 선택의 기회를 제공,이공계가 아닌 다른 분야로 가려는 우수학생들을 학부과정으로 유인할 수 있다면 국내 대학원도 반드시 손해라고만 할 것은 아니다. 조건이 붙게 마련인 국비유학생을 두뇌유출로 연결시키는 것도 무리다. 국내 대학원 공백을 우려한다지만 그것이 유학 때문인지,양적 팽창에 따른 것인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또 유학 선호에는 대학이 교수채용 등에서 스스로 길러낸 국내 대학원 출신을 유학생보다 낮게 평가한 탓은 없는지도 물론 포함해서다. 어쨌든 이번 유학지원 방안을 찬반이 아니라 이공계 유인책이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정책상 배합이나 설계의 문제로 접근하는 지혜가 아쉽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