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욱 김종수 기자 = 최근 1,2년 사이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버블(거품) 방지에 정부가 실기(失機)했다는 비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기조를 지나치게 장기간 유지한데다 부동산 관련세제 정비를 소홀히 해 결국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버블을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 양상을 점차 뚜렷하게 나타내면서 가계대출 연체가 급증하는 등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 경제가 미 경제의 침체에 따라향후 일시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신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시중의 유동성 조절에 적극 나서고 부동산 관련 세제의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정비를 단행해 부동산투기 또는 부동산과잉투자를 차단하는 등 거품을 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고삐풀린 통화. 발목 묶인 금리 = 고삐풀린 통화는 인플레 압력 우려는 물론부동산투기와 과소비로 연결되면서 가격시스템 왜곡현상을 낳고 있다. '돈풀기'라는 내수부양 정책은 세계경기 동반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가계의 과도한 부채와 부동산버블이라는 형태로 왜곡돼 우리경제의 성장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가계부채는 올 연말까지 4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이미 지난 6월말에 비해 두배 가까이 올랐으며 법원의 개인파산선고는 상반기에만 438건으로 2000년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풀린 통화가 설비투자와 증시로 유입되기를 희망했던 정책당국의 의도와 달리부동산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연간 11.4%를 보이던 본원통화 증가율은 올 1.4분기중 15%로 수직상승한뒤 2분기에는 17%까지 치솟았고 총통화 증가율도 15%대를 오르내리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통화긴축은 여전히 정책고려대상에 들어있지 못하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지적대로 유동성 조절을 위한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이미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언제 돌출될지 모를 '외생변수'가 정책당국의 발목을 붙잡고있다. 정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세제정비와 세무조사 강화, 신도시개발계획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회를 놓친 통화정책으로 대외불안 요인이 가시화되고있는 현 상황에서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히고 말았다. ▲ 부동산버블과 대책 = 최근 1,2년사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신도시의 아파트가격이 50%이상 급등한 것은 부동산버블의 본격화를 확인시켜 준 것이나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부동산가격은 명목경제성장률(6%대) 수준이거나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상승해야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다"며 "1년사이 50%이상 급등한것은 명목경제성장률의 10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우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들어 부동산값이 급등하자 부동산버블 조짐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곧 보냈다. 정부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건설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1가구 2주택자의 신축주택구입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 내수경기를 지나치게 부양시켜 결국 '속도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양도세 등의 비과세 혜택을 지나치게 많이 부여해 국민 전체를 부동산투기대열에 내몰았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버블에 대비해 올들어서만 4차례 부동산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강화하고 재산세 등 보유과세를 현실화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대증요법 차원에서 머물고 있는데다 부동산값의 과도한상승을 시의적절하게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값의 과도한 상승은 결국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물가상승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함께 부동산버블의 붕괴는 가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절반 가량이 금융권으로부터 가처분소득의 2배에 해당하는 평균 5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부동산버블 붕괴시 가계부실 -> 금융권 부실 -> 경제전반 부실화 등 악순환이불가피하다. 이미 본격화한 부동산버블을 빼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한 것은물론이고 부동산세제의 체계적인 정비, 보유세의 대폭적인 현실화 등이 시급하다. ▲ 미 경제 동향 = 올들어 본격적인 더블딥 논란에 휩싸였던 미 경제는 그동안부동산 부문의 선전으로 버텨왔으나 각종 부동산 관련 지표가 위험수준을 나타내고있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은행들의 2분기 대출 및 리스연체율이 2.76%를 기록, 8년만에 사상 최고치까지 뛰어올랐으며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율은 2분기에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역시 최근 1,2년사이 부동산값이 20%이상 급등해 올해부터 버블 논쟁이 시작됐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부동산부분에 투자를 집중해 내수침체등에 따른 경기위축을 떠받쳐 왔는데 그 여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미지수"라며 "부동산버블 붕괴가 가시화될 경우 미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돼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