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직 공무원이 중앙 부처에서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술직들은 제도적으로 승진 등에서 행정직들과 차별화될 수 밖에 없게 돼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이 행정직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한계뿐만 아니다. 이공계를 얕보는 조직풍토와 한국적인 사농공상 문화 등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 기술직 정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행정직에 비해 정원이 훨씬 적기 때문에 기술직으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중앙 행정기관 과장급(4급)의 경우 행정직과 기술직 정원은 각각 1천7백60명과 5백74명이다. 행정직 3명에 기술직 1명 꼴이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기술직의 보직은 더욱 더 줄어든다. 국장급(2.3급) 이상의 경우 행정직 정원은 4백40명인 반면 기술직은 55명에 불과하다. 행정직과 기술직 비율이 무려 8대 1로 벌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승진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과학기술 관련 업무가 많은 정보통신부의 경우 국장급 행정직 정원은 5명인데 비해 기술직은 한 명도 없다. 산업자원부에서도 국장급 행정직 정원은 3명인데 비해 기술직 정원은 아예 한명도 없다. 건설교통부 중소기업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서도 국장급 기술직 자리가 없다. 행정직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하는 복수직 이외엔 갈 곳이 없다. ◇ 기술고시 정원 너무 적다 =기술고시 합격자는 매년 45명 안팎으로 행정고시의 4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급 공무원중 기술직의 비율이 떨어지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고시에 해당하는 공무원 1종시험 정원은 기술계가 사무계보다 오히려 더 많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기술계 합격자가 2백63명으로 사무계(2백41명)보다 22명이나 많았다. ◇ 기술직 인력의 탄력적 활용 기피 =기술직 출신들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관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인사.예산 등 권한을 쥔 부서의 경우 행정직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기술직들은 주변으로 밀려나기가 십상이다. 기술직 출신의 건교부 A과장은 "첨단기술이 사회변화를 이끄는 시대인 데도 공무원 정원비율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사회구조 변화에 맞춰 공무원 인력운영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직내 이공계에 대한 편견 =이공계 출신들이 전공 분야 외에는 지식이 부족할 것이란 조직내 편견도 기술직 공무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고위직에 필요한 부처내 조직간 이해조정이나 인력관리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승진에서 차별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게 기술직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