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에 시장원리가 도입되면서 전기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신사업이 많지 않지만 조만간 영국 미국 등 선진국처럼 전력관련 사업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신사업분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직접부하제어사업. 그동안 몇 가지 분야에서 선보였던 부하관리사업이 한 단계 발전한 형태다. 외국에서는 선물이나 선도계약을 통한 전력거래도 빈번해지는 추세다. 직접부하제어사업이란 직접부하제어(Direct Load Control)는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과 가계 기업 등 소비자가 서로 약정을 체결하고 필요시 약속한 만큼의 부하(전력수요)를 한전이 인터넷 전화 초고속통신망 등을 이용해 직접제어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정 시기에 몰리는 전력수요를 분산시키자는 취지로 개발됐다. 보통 냉방기기의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에 집중된다. 소비자가 이 제도를 신청하면 제어시스템 시설비를 지원받고 7~8월에 전기요금도 할인받을 수 있다. 계약전력 5천kW 이상의 일반용 및 산업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해 6월부터 선보인 이 제도는 기존의 각종 부하관리사업,즉 휴가.보수기간 조정지원제도 자율절전 지원제도 부하이전지원제도 등과 맥을 같이 한다.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대신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되돌려 준다는 발상이 동일하다는 뜻이다. 다만 통신망을 통해 직접 제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지난 한햇동안 총 1천6백36개 업체가 이같은 부하관리지원제도에 참여해 2백80억원가량의 전기요금 절감혜택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전기요금에서 감액하는 대신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 외국에서도 직접부하제어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미국은 지난 98년 기준으로 1천4백여개 발전소가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국영 전력회사에서 저압 전력선을 통해 2천8백만 가구를 온라인으로 제어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꾸준히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은 올해 안에 1천가구가량의 가입자를 받아들일 예정이다. 선도 및 선물거래 전력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문제는 전기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어떻게 회피하느냐는 것. 영국 노르웨이 미국 호주 등 전력 선진국들에서는 선도거래와 선물거래가 대표적인 헤지(위험회피)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선도거래는 특정한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계약 당사자가 미래 일정시점에 일정량의 전기를 매매하기로 계약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대금지급은 상품이 인도되는 시점에 이뤄지며 상품 인도시점의 시장가격과 계약가격간 차이가 양측의 이익 또는 손실로 나타난다. 전력거래에 있어서는 특히 주식옵션시장처럼 "풋옵션"과 "콜옵션"이 결합된 형태가 주로 사용된다. 영국의 전력시장이 대표적이다. 옵션만기일의 전기가격이 옵션행사가격보다 높아지면 구매자가 콜옵션을 행사하고 이와 반대로 전기가격이 더 낮아지면 판매자가 풋옵션을 행사한다. 선물계약은 미래의 시점에 상품을 인도한다는 점에서는 선도계약과 동일하지만 매우 표준화된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선물시장은 일반적으로 상품의 물리적 인도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것도 선도계약과 차이나는 부분이다. 참여하는 거래자수와 거래금액도 훨씬 크다. 이런 선물시장은 발전설비 투자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전력수요가 줄어 들어 전기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선물시장을 통해 그 손해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