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대선을 겨냥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정 의원은 11일 오전 최근 집중 호우에 따른 수해지역인 낙동강 인근을 방문,이재민을 위로했다. 월드컵 기간에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했고 스님들이 직접축구를 해 이른바 '스님축구'로 유명한 경남 합천 해인사를 방문, 전국적인 월드컵붐 조성에 기여를 한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던 중 인근 마을의 수해 소식을 듣고 직접 현장을 찾았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정 의원은 이날 경남 합천군 청덕면 가현리 낙동강 수해현장을 살펴본 뒤 인근 낙진초등학교에 수용돼 있는 이재민들을 방문, "수재에 낙담하지 말고 피해복구에 모두 힘을 합치자"며 위로했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최근 일련의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고 있으며, 앞으로 대통령은 초당적 입장에서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처럼 특정정파에 기울지 않고 국민과의 `스킨십' 강화를 통해 `초당(超黨)적 후보'로서의 이미지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정 의원은 앞으로 당분간은 특정 정당에 개입하지 않고 초당파적 입장을견지한다는 `활동 좌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측근은 "정 의원이 최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틀린 판단보다 더나쁜 것은 너무 빨리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는 미국 격언을 인용한 대목은 새겨볼만한 대목"이라며 "이는 정의원의 향후 행보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금 당장 민주당 등 특정정파와 연대하거나 제3의 신당에 합류하기보다는 8.8 재보선 이후 정치권의 기류, 특히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정 의원이 남북한 축구경기,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계속 여론의 흐름을 타면서 끊임없이 대선 출마의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최근 SBS와 MBC 여론조사에 이어 10일 실시된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신당 후보로 나설 경우 각각 39.7% 대 33.5%, 33.6% 대 30.6%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서는 등 지난 5월의 노풍(盧風) 때와 같은 `정풍(鄭風)'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