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이공계 살리기'운동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수고하십니다." "드디어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격려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e메일도 쏟아져 들어온다. "사명감을 갖고 이공계 문제를 꼭 풀어달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별취재팀을 지원하기 위한 격려금을 보내주겠다는 독지가도 나타났다. "이공계 살리기 기사를 읽고 느낀 게 있어 연구용 사출성형기를 대학에 기증키로 했다"며 취재팀에 추천을 요청해오기도 했다. 온통 장안의 화제다. 물론 당사자인 공대와 공대생들의 볼멘 소리도 많았다. 제1부 '이공계를 살리자'가 나가면서 서울대 공대와 공대생들이 특히 그랬다. "서울대 공대 교수 한 사람당 국제학술지(SCI) 논문발표 건수가 미국 MIT보다도 높다." "서울대 공대 연구비가 KAIST(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와 비슷하다." "서울대 사법고시 합격자 중 공대출신은 2.5∼5%선에 불과하다." "이번 학기에 정년연장이 보장된 부교수 8명 중 1명만 통과했다…." 서울공대가 처한 위기의 현상진단에 대해 학교측과 학생들이 못마땅해하는 것도 당연하다.제 허물이 드러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반갑지 않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서울대 공대가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에 대한 이해다. 첫째,산업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더 이상 서울대 공대 출신에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울대 공대 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서울대 공대 출신 선배들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재교육을 시키지 않고는 현장에서 써먹을 수가 없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어떤 외국계 회사의 부장은 "나같은 불행한 사람이 더 이상 배출돼서는 안된다"며 학부 무용론을 꺼내기도 했다. 셋째,세계의 이공계 대학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핀란드가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强小國)으로 떠오른 배경엔 헬싱키 공대가 있다. 헬싱키 공대생은 반(半)회사원이다. 논문도 재학 중 다니던 회사와 관련된 것을 쓴다. 중국의 칭화(淸華)대는 '노벨반(班)' 등을 운영,주룽지(전지제조) 총리를 비롯 차세대 지도자 후진타오(수력발전) 등 지도자를 잇따라 배출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공계 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닉도 지금까지 3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모스크바대의 3학년생은 레베데프물리연구소 등에서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일본에서는 경제 경영 이공학부가 한데 어우러진 '문리종합'학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공계 문제가 어디 서울대 공대만의 문제냐"며 반론을 펼 수도 있다. 당연히 그렇다. 이공계 대학 전체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공계 붕괴의 원인이 대학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뿌리 깊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란 병폐까지도 얽히고설켜 있다. 문제는 그렇다고 남의 탓,환경 탓만 하고 이공계 위기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데 있다. 굳이 '테크노 헤게모니'론을 들고나올 필요조차 없다. 이젠 과학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이 그동안 지식경제에서 비전을 찾았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에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공계 위기를 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한 이공계 없이는 기술강국이 될 수 없다. 그렇지 않고는 한국의 미래도 없다. 서울대 공대인들이여? 위기의식을 가져라.그리고 다시 일어나라.한국의 미래가 당신들에게 달려 있다. kimks5@hankyung.com